내년도 지주사 한진칼 주총 때 살아남기 위해 총력 기울일 듯···지분승계 작업 방식에도 눈길

2017년 2월 23일 미국 현지 ‘대한항공 보잉 787-9 차세대 항공기 인수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두번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세번째)이 인수 증서에 사인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2017년 2월 23일 미국 현지 ‘대한항공 보잉 787-9 차세대 항공기 인수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두번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세번째)이 인수 증서에 사인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재계의 눈은 자연스레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옮겨가고 있다. 대한항공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 됐기 때문인데,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2020년까지 치열하게 입지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연임 실패가 재계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물의를 빚은 오너일가가 주총을 통해 퇴진 됐다는 의미가 있기도 있지만, 그의 퇴진이 대한항공 경영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모든 관심은 조원태 사장에게 쏠린다. 조 회장 퇴진으로 그는 유일한 후계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이제 경쟁자 없이 홀로 살아남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영권의 잠재적 경쟁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의 복귀도 더 어려워지게 돼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 될 것”이라며 “다만 내년 한진칼 주총 때 재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한진칼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일단 2020년 3월까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조사장은 본인 재선임 여부를 따질 내년 주총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조 회장이 나간 이상 향후 모든 공격은 조 사장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KCGI는 이번 주총에선 주식보유기간 6개월을 넘기지 못해 주주제안을 하지 못했는데, 이후엔 더욱 강력하게 오너일가 압박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CGI의 주주제안은 내년에 상정 가능하다. 2020년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로 재선임을 놓고 표대결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사장 측은 향후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은 물론, 실적 올리기에 주력하며 경영능력 입증하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비록 편입학 취소 등의 악재가 있긴 하지만, 조 회장과 달리 법적으로 크게 물의가 된 사안은 없다. 다만 시민단체 등의 퇴진 압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안심할 순 없다

한편 승계와 관련해 조 회장으로부터 조 사장으로의 지분승계 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 여부도 시장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부분이다. 재계에선 지분승계 작업이 이뤄진다면 조씨 일가가 무리한 방법보다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상황에서 꼼수를 부리기보단 증여세를 내더라도 안정적으로 지분을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진칼 지분을 보면 조 회장이 17.84%, 조 사장이 2.34%를 보유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 입장에선 향후 조원태 사장만 지켜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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