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제품을 원내처방하며 폭리 취한다” 지적 일어 ···일부 의사 “적정금액” 주장, 공급가는 답변 회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해 출시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원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료기관은 원가(약 6만원)의 두배인 10만~15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 금액이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3월 국내 출시된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 삭센다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관련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실제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삭센다는 지난해 3분기 17억원에 이어 4분기에는 56억원 매출을 올려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삭센다가 각광을 받는 것은 일단 제품 우수성이 탁월하다는 이유로 분석된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삭센다를 꾸준히 맞으면 체중의 9%가량이 감소하는 등 약효는 확실한 품목”이라며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등 효과만 보면 우수 의약품이라는데 이견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삭센다도 일부 부작용은 파악되고 있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주사제를 처음 맞은 후 2주일 동안 구역질이 많이 나오고 저혈당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삭센다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다. 

문제는 삭센다가 비급여 품목이라는 점이다.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은 전적으로 환자들의 몫이다. 현재 삭센다 원가는 6만원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의원급을 중심으로 삭센다는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비급여인 제품을 원내처방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기자가 직접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들에게 삭센다 가격을 물어봤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A의원과 B의원에서는 모두 15만원에 판매됐다. 공급가보다 다소 비싼 가격인 8만원으로 알고 왔다는 기자 질문에 두 의원 관계자들은 모두 “잘못 알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A의원 원장은 “주사제가 14만원이고, 1개월 치 주사바늘이 1만원”이라며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더니 “8만원에 처방할 순 없다. 공급가보단 싸게 살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인근 B의원에서도 “적정 금액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삭센다의 경우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약품이며, 인터넷 등에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들 의원과 채 5km도 떨어지지 않은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C의원에선 삭센다가 12만원에 판매됐다. 관계자 설명은 비슷했다. 이곳은 다른 의원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관계자는 “의사와 상담 후 처방이 가능한데, 우리 의원 판매가가 다른 병원들에 비해 비싼 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즉 원가가 6만원 내외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공급가가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공급가 이상 가격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해된다. 의사들은 공급가가 얼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모 종합병원에 소속된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종병이나 병원급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삭센다를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수 전문가에 따르면 주사제인 삭센다 1펜을 구매하면 환자별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매일 1번씩 6번 정도 주사를 맞을 수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놓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80만원가량 비용이 들어 환자들 부담이 큰 상황이다.  

결국 비급여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상황을 환자들이 파악해 놓고 삭센다 구매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삭센다를 주변 의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의료기관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한 전문가는 “삭센다 외에 주삿바늘 비용이 들며 공급가 이상으로 판매한다는 의사들 언급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면 공급가는 왜 공개하지 못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공급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일부 의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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