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행사 주도하는 역할로 참석···청와대 측도 “전경련 필요성 못느껴”

사진=연합뉴스, 그래픽=디자이너 조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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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청와대 공식행사에 초청받은 것을 놓고, 일각에선 현 정권의 ‘전경련 패싱’이 종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경련 내부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처음으로 현 정권과 공식행사를 함께 치룬 만큼, 향후 문제를 풀어갈 첫 단추는 끼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6일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의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에 초대받았다.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이 아니라,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청와대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문재인 정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전경련은 2017년 3월 혁신안을 발표하고 조직을 슬림화 했지만 과거 위상을 되찾지 못해 왔다. 위상을 되찾기는커녕 매번 정부 관련 공식 행사에서 초대받지 못하는 ‘전경련 패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터라 이번 허 회장의 청와대 행사 참석에 대해 재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허나 이 같은 외부 평가와 달리 전경련은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이번에 허 회장이 청와대 행사에 초청된 배경과 관련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단체 인사는 “각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할 때 경제단체마다 맡고 있는 국가가 있다”며 “벨기에 쪽은 전경련이 사실상 쭉 맡아왔던 곳이다. 이번 벨기에 국왕 초청은 전경련이 손님이 아니라 사실상 호스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즉, 청와대가 초청을 해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을 불렀다기 보다는 처음부터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허 회장의 청와대 초청 다음날인 27일 “전경련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전경련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재계 인사 역시 “‘전경련 패싱’ 분석은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가장 중요한 삼성도 빠진 상태에서 현 정권이 전경련과 파트너십을 갖기는 쉽지 않고, 결국 전경련 패싱은 계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전경련이 주관 단체로서 청와대 공식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은 허 회장이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임을 해야 할 정도로 회장 선임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와 전경련이 함께 대외행사를 치뤘다는 점 자체는 전경련으로 하여금 간만에 앞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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