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35.9%로 부결···고성, 욕설 오가며 아수라장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발언에 주주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발언에 주주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건이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조양호 연임 건엔 참석주주의 64.1%만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선 주주 간 고성이 난무했다. 제 1호 안건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건’ 통과 직전 채이배 바른민주당 의원, 김남근 민변 부회장 등 조양호 연임 건 반대 측이 ‘땅콩회항, 조 회장의 배임 및 횡령’ 등을 언급하며 대한항공 경영진이 이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고 주총 의장에게 묻자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며 발언을 끊었다.

고성은 이번 주총에서 가장 주목된 제3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으로 넘어가자 폭언으로 바뀌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기홍 대표이사가 “전 위임장과 현장에 오신 분들의 표를 사전집계한 결과, 총 참석주주 투표총수의 64.1%가 찬성해 대한항공 정관 상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일부 주주들은 “현장에 온 주주들의 의견 반영도 없이 이렇게 통과시키는 것은 잘못됐다”며 소리쳤다.

이후 반대 측과 찬성 측 사이에 계속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일부 주주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연임 부결엔 국민연금의 판단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2대 주주로 11.5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전날 저녁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캐나다 연기금, 플로리다 기금 등 해외 연기금과 아이에스에스같은 거대 자문사가 주총 직전 조 회장 연임 건에 반대 권고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24.77%)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위해 의결권 위임을 받아온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은 총 140명의 51만5907주를 위임받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는 소액주주 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주주들이 참여한 것이다.

한편 나머지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박남규 사외이사 신임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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