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위서 조 회장 사내이사 안건 반대하기로 결정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다수도 반대 의견
27일 표대결서 판가름···외국인 투자자 표심이 결과 좌우할 듯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노란불이 켜졌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외 연기금 3곳이 앞서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고, 국내외 의결권 기관 다수가 반대를 권고한 상황이어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수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에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지난 25일 개별 분과를 통해 대한항공 주총 안건을 심의했지만 위원 간 이견이 심해 결론내지 못하고 전날 밤 전체 회의를 통해 합의된 결과를 내게 됐다.  

수탁위가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한 배경에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탁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 회장은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서 양 측은 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에 확실한 우호 지분은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33.35%) 지분이 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22% 가량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게 된다. 

결국 조 회장의 경영권 수성 여부는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 일반 소액주주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과 글로벌 연기금들의 투심은 조 회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ISS가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에서도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상황이다.

이미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해외 연기금도 나온 상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과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3곳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사전 공시했다.

다만 뚜껑을 열어봐야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 측 역시 표를 결집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는 까닭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에게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는 등 표 모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대한항공 측은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선 항공전문가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막바지 표심 잡기에도 나서고 있다. 

만일 조 회장이 표대결에서 지면서 연임에 실패할 경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준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회장 입장에선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이후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