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대부분 사회안전망 보호서 제외···근무 환경 열악해도 법·제도 적용 못받아
전통적 특수고용직과 다른 ‘新특수고용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관련 법안은 국회서 ‘제자리’
고용노동부 “4월 말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 마무리···노동권 보호 위해 노력 기울일 것”

세계 최대 공유 기업인 우버, 숙박공유인 에어비엔비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른바 ‘플랫폼 근로자(platform worker)’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세계 최대 공유 기업인 우버, 숙박공유인 에어비엔비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세계 최대 공유 기업인 우버, 숙박공유인 에어비엔비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확대하며 공유 경제 시대 정착을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지위, 제도 등이 불명확한 상태로 이들을 위한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노동은 공유 경제 시대에 맞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노동력이 거래되는 형태를 뜻한다. 플랫폼 노동자들 대부분은 플랫폼업체·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별도 근로 계약을 맺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노조 결성 및 가입, 고용보험·건강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적용 등의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 등과 같은 특수 고용 노동자와는 또 다르게 신(新)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된다.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열악한 근로환경에도 사회안전망 보호 못받아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특수고용 노동자 수는 220만9343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 2709만명의 8.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중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보다 종속성은 약하지만 1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로 보기 어려운 신 특수고용 노동자는 55만335명으로 집계됐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적 보호가 필요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규모(신 특수고용 근로자 제외)는 최소 166만 명에 이른다”며 “새로운 유형(신 특수고용 근로자) 55만명에 대한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일반 근로자들보다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안전망 보호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번역 업무를 하고 있는 서아무개씨(25)는 “매일 평균 A4 용지 5장 분량의 번역 일을 하고 10만원 정도의 금액을 받는다. 번역일이 많은 날은 마감 독촉으로 하루 평균 10시간을 근무할 때도 있는데 연차를 쓰거나 정기적인 휴가를 갈 수 없다”며 “그럼에도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해 거의 매일 벼량 끝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웹 디자이너 김아무개씨(26)는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 SNS 페이지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할 때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웹 디자이너 같은 경우 업무 관련 금액이 정해진 게 아니라 부르는 게 값”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해주다보면 의견 차 등으로 오랜 시간이 거릴 수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근무 시간, 형태, 금액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근로자 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 고용 노동자 추이. / 자료=한국노동연구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특수 고용 노동자 추이. 이가운데 신(新)특수고용노동자 55만명은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된다.  / 자료=한국노동연구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전문가들 “특수 고용 노동자들 위한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우리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존에 없던 노동자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이들의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에 맞는 제도 마련, 대응책 등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특히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여·야 갈등으로 방치된 상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업계 반발과 야당의 반대로 임시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지난달 1일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개념 정립, 법적 보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오는 4월 말에 조사가 끝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는 다양한 직종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이들에 맞춘 대책 수립이나 법제화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표준계약서 작성 같은 경제법, 산재보험 적용을 비롯한 사회법적 보호방식의 접근보다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노동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수 고용 노동자 범주 안에서도 고용 형태가 다양한 만큼 보편적 보호 근거를 제도화하기 어렵다면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적인 특수 고용 노동자는 노동권 보호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지만 신 특수 고용 노동자는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할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신 특수 고용 노동자는 고용주가 불분명해 고용보험 가입이 어렵다면 산재보험 가입부터 허용해주는 등 보호 범위를 차등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수년째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위한 노동관계법을 입법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실태 조사 등을 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여전히 없다”며 “현 정부에서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보호정책, 법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노동법이 조속히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노동법 구조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자로 보호받지 못하다보니 업무 중 산재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어도 법적 조치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플랫폼 근로자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도 이에 맞서 노동 법규를 손보는 등 공유 경제 흐름에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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