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와 현대카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아
8분기 연속 적자 기록 중인 쌍용차, 이번 협상 흑자 전환 위해 협상에 사활

쌍용자동차와 현대카드 간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촉발된 자동차업계와 카드사 간 싸움이 쌍용차와 현대카드로 좁혀졌다. 쌍용차는 현대차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 인상 폭을 요구하며 카드사들과 협상 중이고, 현대카드는 카드사들 중 유일하게 이에 반발하며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는 안정적이지만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쌍용차로선 이번 협상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카드사와 현대차 수준의 0.05%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며 협상 중에 있다. 카드사들은 0.10% 수준의 인상을 제안했지만, 쌍용차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20일 쌍용차는 지난 25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 할 경우 카드사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강수까지 뒀다.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데드라인은 하루를 넘겨 이날로 미뤄졌으며 언제 타결이 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쌍용차가 카드사들을 상대로 선전포고한 배경에는 현대차가 있다. 현대차는 0.1~0.2% 사이의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들을 상대로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내밀었고, 결국 수수료율 인상을 0.05%로 묶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가 카드사를 상대로 사실상 승리한 것을 지켜본 쌍용차는 “현대차만큼은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일 전략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카드사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대카드와 이견이 커 아예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초부터는 영업점에서 현대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다른 카드사들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과는 원만히 합의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대카드와는 협의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또 새롭게 수수료율이 조정된다면 다른 카드사들은 소급 적용해주겠다고 하는데, 현대카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앞서 현대차와 카드사간 싸움에서 현대차는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5개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도 현대카드와는 특이할 만한 분쟁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카드가 특수관계에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이번 쌍용차 관련해서는 현대카드 매출에 쌍용차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 보니 현대카드도 강하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가 다른 카드사들과는 협상을 마무리 하더라도 현대카드와의 갈등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쌍용차가 벌이는 이번 수수료율 싸움은 앞으로 경영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종식 사장 뒤를 이어 차기 쌍용차 사장으로 내정된 예병태 부사장이 ‘흑자전환’ 임무를 맡은 만큼, 이번 수수료율 협상 결과가 적자 탈출 밑거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적자 폭은 전년과 비교해서 크게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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