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글로벌 최대 실적·최대 해외 네트워크 달성 후 글로벌 그룹장에 선임 
해외 금융시장에서 잔뼈 굵은 글로벌 전문가
“통합 시스템 갖춰 리스크 관리 강화할 것”

서영호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 / 사진=우리은행
서영호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 / 사진=우리은행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 네트워크의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글로벌 진출에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올해는 내부 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등 질적 성장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서영호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의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해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의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대 수준인 26개국 44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난해까지 구축했다. 글로벌 금융사 가운데 20위에 드는 규모다. 글로벌 부문 순익만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7% 증가했다. 

서 상무는 1988년 우리은행 입행 후 국제부 등에서 글로벌 역량을 키워온 인물로 해외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다. 2012년부터 3년간 미국 뉴욕에서 우리아메리카은행 부장을 역임했고 이후 글로벌그룹의 자금부 본부장을 지냈다. 입행 직후에도 비서실, 인사팀, 기업컨설팅 등 은행 주요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그룹장이 되기 직전엔 경기중부영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서 상무는 우리은행이 글로벌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해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확대된 네트워크가 통합된 시스템에서 운영되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 실패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우리은행에서 서 상무를 만나 우리은행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들어봤다.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이 달성한 해외점포 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순익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순익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최근 (해외 점포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남북관계나 북미 정상회담, G2 관계, 브렉시트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의 금융 역량이 굉장히 높아졌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 시스템이 다른 나라보다 안전해졌다. 특히 우리은행은 민영화 등을 거치면서 내실화도 다져왔다. 해외 금융당국도 인정할 정도로 여러 면에서 금융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디지털뱅킹 수준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은행이 해외에 나가려 해도 그냥 나갈 수 없다. 나가면 해당 국가의 금융당국이 하나하나 다 따진다. 한국에 있는 해당 국가의 대사관을 통해 언론 스크랩 등에서 얻은 금융사 정보가 이미 해당 국가 금융당국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다른 국내 은행들이 그런 국가에도 이미 진출해 역량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글로벌 진출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순익 비율을 내년 말까지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설명한다면?

“(이익 성장을 위해) 해외 점포의 내부 관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나라별로 맞춤형 진출 전략을 갖고 있다. 네트워크를 크게 확장해왔기 때문에 내부 관리를 통한 질적 성장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본다. 지점이 100개가 넘는 법인을 인수하다 보면 자산건전성이나 직원의 근무기강, 사고예방 대책 등 내부 관리가 우리나라만큼 체계화돼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은행에선) 직원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굉장히 크다. 글로벌 경기 변화로 인한 외부적 변수 외에도 내부적 변수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글로벌, 전산, IT, 자금세탁방지, 준법지원 등 부서 직원 8~9명을 한 팀으로 만들어 해외 점포를 나가게 한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또 우리은행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이미 파악하고 해외 네트워크의 리스크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필리핀 법인을 마지막으로 WGSS(Woori Global Standard System)를 마무리했다. 13개국 네트워크를 통합 시스템으로 묶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점포에서 수기로 작성해 팩스를 보내던 것을 지금은 모두 전산처리하도록 했다. 그래서 한국 준법부서에서 바로 관련 내용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해외 점포에선 예·적금 등 간단한 데이터 외에는 고객의 데이터 집계가 잘 안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시스템을 통해 대출의 만기 관리 등 필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됐다. IT 시스템 도입까지 갖출 수 있는 상황이다.”

-직원의 글로벌 역량 강화도 힘쓴다고 들었다. 

“은행직원들의 해외 관심도가 높아졌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인재도 많다. 해외 점포에 내보내기 위해 행내 공모를 하면 지원인원이 모집규모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언어 점수와 면접 등을 통해 공모를 진행한다. 특히 손태승 회장님이 언어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본인이 통역사를 배석하지 않고 해외 투자자에게 직접 설명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보니 언어의 중요성을 안다. 이에 언어 능력은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중국에 나가려면 중국어는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 있을 당시 하루에 7~8개의 미팅이 잡히곤 했다. 투자자들을 만나서 우리은행을 설명해야 하는데 일정이 빡빡했다. 언어적 역량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은행 직원들에게 6개월, 1년짜리 연수를 지원한다. 해외 점포에서 일할 수 있으면서 현지 문화를 답습하도록 한다. 이들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우리은행에선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단기적으로 그 나라를 분석하고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해외에 나간 직원에겐 ‘격지 수당’을 통해 지원도 한다. 

-손 회장이 글로벌그룹 부문장을 맡았었고 지금도 글로벌 통으로 불리는데, 그 뒤를 이어 글로벌그룹장이 됐다. 각오가 있다면?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어려운 자리다. 손 회장님의 철칙이 ‘험로라도 정로(正路)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길이라도 변칙이나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다. 글로벌 진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글로벌 경기가 나쁘다고 해도 정로를 걷는다는 마인드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주에서도 글로벌 진출을 중요하게 본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역량을 갖춘 은행이다. 26개국 441개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익이 커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권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같은 글로벌 금융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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