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부유층·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에 적극적 공세
국내와 해외 투자자 끌어들이는 마케팅에도 힘줘
“자산관리 패러다임 변화 속 지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

자료=삼성증권 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자료=삼성증권 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삼성증권이 지난해 영업정지 한을 풀 듯 공격적인 리테일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한편 사회 초년생 등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고, 해외 직투족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국적인 컨퍼런스와 아카데미를 여는 등 마케팅 범위도 전방위적이다. 

이는 그동안 갖고 있던 강점을 더욱 공고히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 확대를 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리테일 부문이 삼성증권의 핵심 수익원인 까닭이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에서 디지털화 등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같은 모습의 배경으로 꼽힌다. 

◇ ‘고액자산가·디지털·국내·해외’···전방위 공격 나선 삼성증권

삼성증권이 위탁매매부문 영업정지가 풀린 지난 1월 말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삼성증권은 초부유층 전담 점포인 ‘SNI(Samsung&Investment)’를 브랜드화 해서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SNI는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전담 전포로 서울 3곳에만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예탁자산 30억원 이상의 삼성증권 고객이 2000명을 넘어서자 이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넓히기로 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기존 투자컨설팅팀을 SNI 고객 전담 컨설팅 조직으로 역할을 확대했다. 더불어 금융, 세무, 부동산, 투자은행(IB), 글로벌자산관리 분야 등에서 전문가를 충원했다. 이들은 전국의 SNI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업 승계 및 기업경영 관련 컨설팅, 세무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에도 힘을 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스마트사업부를 디지털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디지털본부 내 디지털상담팀에는 5년 이상 경력의 PB들로 구성하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컨설팅 서비스에 들어갔다. 삼성증권은 앞으로도 고객 생애주기와 거래 특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온라인과 모바일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자산관리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영업정지 제재가 풀린 지난 1월 27일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 이벤트를 벌였다. 삼성증권 측에 따르면 영업일 기준 일 평균 1400여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해 이달 6일까지 총 3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배우 유인나씨를 모델로 비대면계좌 관련 유튜브 동영상 광고를 제작해 사회 초년생 등 신규 투자자 유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해외 직투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해외투자 관련 컨퍼런스와 아카데미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1월 ‘해외투자 2.0 시대의 투자전략’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국 68개 삼성증권 지점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그동안 수도권에서만 진행됐던 글로벌 투자교육 프로그램 ‘해외주식 아카데미’를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대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 삼성증권 명성 이어갈까?

삼성증권이 이처럼 리테일 전반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리테일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공고히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자산관리 등 리테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지난해 실적에서 자산관리가 차지한 비중은 59% 수준이었다. 증권업계 대세에 따라 IB 부문의 실적 증가에 힘을 쓰고는 있지만 다른 경쟁사 대비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자산관리 시장을 놓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 디지털 자산관리, 해외 주식 중개 사업은 올해 삼성증권이 중점적으로 역량을 키우는 부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내놓은 ‘2018년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상위 1%의 자산가가 차지한 부는 전체의 26% 수준일 만큼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 경쟁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이들을 위한 자산관리 전담 조직을 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은 패러다임 변화 측면에서 강조된다. 이는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도 ‘디지털 강화’를 기치에 걸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자산관리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역량에 따라 누구나 강자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디지털은 사회초년생을 장기적인 자산관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삼성증권이 기존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해외 주식 중개 사업도 삼성증권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만 하더라도 해외 주식은 삼성증권이라 할 정도로 입지가 공고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미래에셋대우가 치고 올라오면서 해외주식 고객 예탁자산 등 규모에서 역전 당해 업계 1위를 내줬다”며 “향후 해외 투자 관련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할 것을 감안하면 삼성증권으로선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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