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결론 나고 연관성 입증되면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소송 가능
현실적으론 로비 사실 여부와 합병무산 관련성 등 따져야 할 부분 많아

kt 새노조 오주현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들고 고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kt 새노조 오주현 위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들고 고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과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 합병 무산 건이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법조계는 황회장의 로비가 있었고, 이 로비가 합병 무산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가 KT와 황 회장을 상대로 소송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논란은 지난 2015년 말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업계 최대이슈로 부각됐다. 2015년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과 합병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남은 절차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허나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합병무산이 결정되면서 두 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합병 무산과 관련해선 뒷말이 많았다. 무산된 것은 둘째 치고 200일이 넘어갈 정도로 심사를 끌었다는 점 등 그 과정 자체가 석연찮았다는 지적이었다. 한 미국 IT(정보기술)업계 임원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무산은 사실 상식 밖의 일이었다”며 “관계당국은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그만인 일인데,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고뇌하다가 결국 무산시켜 기업들만 손해가 크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그 당시 사건이 새삼 다시 회자되는 것은 KT와 황 회장의 로비의혹 때문이다. KT민주동지회는 최근 2015년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던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보좌진 4명이 KT에 특혜 입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방위는 SK텔레콤과CJ헬로비전 합병과 관련한 심사권한을 갖는 부처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을 발표했다. 이어 KT가 자문료 명목으로 이들에게 매달 돈을 지급하고 로비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들의 활동 시점을 보면 한창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논란이 뜨거웠던 시점과 상당부분 겹친다.

◆ 합병 이슈 당시 이통3사 국회 돌며 입장알리기 총력

두 회사 합병 논란이 일던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국회를 돌며 저마다의 사정을 알리느라 바빴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을 접한 한 국회 미방위 소속 보좌관은 “저마다 왜 합병을 해야 하는지, 혹은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 거의 프레젠테이션 수준의 열정적인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그만큼 국회가 해당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쨌든 당시 SK텔레콤은 합병 실패라는 쓴맛을 봐야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이동통신사 중 국회 로비의혹과 연루된 곳은 KT뿐이다. 만일 합병심사와 KT 로비 간 직접적 연관관계가 드러난다면 충분히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황창규 회장의 정관계 로비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그 불법행위가 합병실패에 상당한 연관관계가 있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KT와 황 회장 개인에게 합병 실패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및 업무방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고소가 가능하다”며 “또 결과에 따라 KT는 황회장에게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해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합병 실패로 두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해당 회사의 한 부장급 관계자는 “합병 심사가 길어지면서 불확실성 때문에 사실상 모든 투자가 중단됐고 조직정비 등도 늦어지게 되는 등 손해가 막심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합병 무산으로 두 회사는 당시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일 뿐, 현실적으론 여러 가지 따져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 회사가 소송을 진행하려면 확실하게 황창규 회장과 KT의 로비가 사실로 드러나고, 합병 무산과도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법조계는 전했다. 단순히 검찰이 수사를 하는 상황에선 소송을 할 수 없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측은 모두 현재 KT 로비 의혹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양사 중 한 기업 관계자는 “향후 법적 결론이 확실하게 나오고 상황이 정확히 파악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 현재는 현재의 사업 기회에 집중하느라 당시 로비관련 의혹에 대해 뭐라고 할 이야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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