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따르면 그만' 소비자원 권고 실효성 논란···"문제된 업체의 사후조치에 적극적인 관심 필요"

“(문제) 업체에 전화해서 권고는 하겠지만 강제성은 없습니다.”

품질표시를 위반한 임부복 판매업체를 소비자원에 고발한 A씨는 소비자원의 힘없는 모습에 맥이 빠져버렸다. 소비자원의 강제성 없는 권고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소비자들이 기만당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따르면 그만’인 소비자원의 ‘권고’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법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불만처리와 피해구제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안 되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행정권이나 사법권이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구제신청을 해도 기업이 안 따르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소비자원이 검찰 고발을 하지만 그사이 소비자들은 양산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소비자원의 ‘권고’는 과거 ‘백수오’ 사태 발생 당시,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소비자원은 2015년 4월, ‘백수오의 90%’가 가짜라며 당시 제조업체 A에게 제품 회수 및 폐기를 권고했다. 그러나 A업체는 소비자원의 실험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권고를 ‘거부’했다.

당시 백수오를 판매했던 홈쇼핑 업체들도 자체 환불규정과 사법적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피해 보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소비자원의 권고를 현장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은 어떨까. 기자는 최근 소비자원의 권고가 현장에서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12월 식품이나 장난감을 모방해 어린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화장품과 생활화학제품 등에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73개 제품 중 63개 제품이 케익, 과자, 과일 등 모양으로 ‘삼킴’ 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주의 및 섭취 경고 미표시 제품 사업자에게 표시사항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고’ 뭉개기는 여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한 문구업체의 경우 당일 취재 현장에서만 ‘삼킴’사고의 우려가 있는 7~8개의 식품모방 제품이 발견됐다. 해당 업체는 “재고소진하면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소비자의 권익과 매우 밀접한 ‘소비자원 권고’의 강제성을 높이기 위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있지만, 이는 매우 일시적이다. 지난 2015년 국회의원이 김태환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소비자원 권고의 이행여부를 제출하도록 하는 소비자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만약 법이 시행됐더라도 직접적인 행정권한이 없어 강제성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비자원은 현재도 각 분야 소비자 피해 실태 조사를 통해 개선 ‘권고’를 수시로 내놓고 있다.그러나 일시적인 이벤트일 뿐 소비자도, 업체도, 정부도 사후조치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피해보는 건 소비자다.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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