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 될 것”
KB·우리·신한 등 은행계열 지주사도 디지털 혁신 나서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인재 영입과 관련 부서 확대, IT기업과의 업무협약 등에 나섰다. / 사진=셔터스톡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인재 영입과 관련 부서 확대, IT기업과의 업무협약 등에 나섰다. / 사진=셔터스톡

4대 금융지주들이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은행권이 IT관련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IT 회사와의 업무협약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성규 KEB하나은행 은행장이 취임식에서 “안정적이고 선진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 행장은 하나은행이 상업은행에서 정보회사로 본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어 디지털 전환은 은행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이미 하나은행은 올해 들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인재를 영입하고 관련 부서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에 하나은행에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디지털랩·데이터전략부)을 설치했다. 

또 사외이사로 김태영 전 필립스아시아태평양 전략사업부문 대표, 이명섭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을 신규 선임하는 등 IT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김태영 사외이사와 이명섭 사외이사는 IT 전문가라로 평가받는다. 임추위는 김태영 사외이사에 대해 “금융업종의 다양한 부문에서 깊은 실무적 경험을 쌓았고, 경영정보시스템(MIS) 경영학 박사로서 한화생명보험에서 CIO로 활동하는 등 IT 부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명섭 사외이사에 대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은행업종의 이사회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 하나은행은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변모하기 위해 2020년까지 디지털 전문 인재 1200명을 육성하고 외부 혁신기술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다른 주요 금융사도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인재 모시기와 관련 부서 확대, IT기업과의 업무협약(MOU) 등에 나섰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일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ICT기획단’에 노진호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ICT기획단장 겸 그룹 최고정보책임자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노 전무는 LGCNS 상무이사와 우리FIS 전무를 거쳐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역임한 IT 전문가다. ICT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업무 등 3개 분야의 전략 수립 및 추진을 총괄한다. ICT기획단은 그룹 ICT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IT시스템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공유체계를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부합하는 IT전략방향을 수립하고 지원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4일 LG그룹과 블록체인, AI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KB금융과 LG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적, 사업적 역량을 토대로 고객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타 업종과의 컨소시움을 구성해 상품과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KB와 LG의 신기술 업무협약은 단순 기술 검증이 아닌, 실제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KB금융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서는 그룹 내 디지털·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하며 2025년까지 디지털에만 총 2조원을 투자하고 4000여명의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AI를 활용한 투자자문사 ‘신한AI’를 설립했다. 조만간 인가 신청을 마치고 하반기에 사업에 나선다. 신한AI는 투자 자문을 본업으로 하는 회사로 AI를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AI가 사용할 투자 자문 솔루션 ‘네오(Neo)’는 미국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탑재한 프로그램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AI 플랫폼으로 꼽히는 왓슨을 탑재해 AI 자산관리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대중화·고도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뱅크 전환을 위해 각 금융지주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디지털 부문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향후 외부 전문가 영입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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