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황
조물주 위 건물주에게 닥친 춘래불사춘
  •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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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프랜차이즈 우량임차인 유치위해 점포개발팀 식사접대는 기본
중개업무 하는 브로커들은 공인중개수수료율 미적용 대상···건당 수천만원 요구
신도시·택지지구 상가공실률은 국내 유일 상가공실률 조사업체인 한국감정원도 몰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창업자보단 폐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영업자만이 아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별칭을 얻던 상가주에게도 올 봄은 유난히 춥게만 느껴진다. 특히 택지개발 지구에서 신축 건물을 올린 새내기 건물주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계절로 다가온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상가에 장기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화성시 동탄5동 치동천 수변공원 인근에 들어선 상가 대부분은 임대문의라는 대형 현수막만 걸린 채 텅텅 비어 있다. 있던 자영업자도 폐업하는 상황인데 상권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택지지구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임차인이 더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고 이곳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고 새로 생긴 택지개발지구 상권은 사정이 모두 비슷하다.

보기엔 한집 걸러 한집이 공실이지만 공실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권 형성과 이해관계가 얽힌 인근 주민들, 상가 분양관계자 등에 의해 정확한 공실률 산정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상가 공실률을 집계 내는 국내 유일한 기관인 한국감정원도 해당 일대 임차수요가 절반 이상 찼을 때부터 공실률을 조사하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신도시 택지지구의 경우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공실률이 더욱 높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그나마 주거단지가 형성되면서 이동통신사 대리점, 편의점, 제과업종 상점은 입점한다. 새로 생긴 주거지역에는 반드시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해당업종 기업은 출점을 검토하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줄다 보니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개월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비용 일부 지원 등의 항목이 생긴 건 물론이다.

동탄에 상가를 가진 소유주 A씨는 “해당업종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임대차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편이고 식당 등과 달리 상가를 깨끗하게 쓴다. 또한 대기업 계열사가 많다 보니 월세를 밀리지 않는 편이어서 많이들 선호하는 우량임차인으로 꼽힌다”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대료 할인은 물론 수개월 렌트프리까지 제시할 정도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지만 건물주 위에 대기업 점포개발팀 관계자가 있다. 식사대접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수년 전부터 상가시장에는 이른바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가진 이들이 임차인 중개를 명목 하에 건물주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건물주들은 건물 상층부에 병·의원이나 학원이 임차하길 희망하는데 이들을 입점시켜주는 조건으로 건당 수수료만 최소 3000만~5000만 원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창업 컨설턴트라는 애매한 직함을 가졌는데 공인중개수수료율 법을 적용받지도 않는다. 실제 공인중개사가 아닌 이들이 대다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년 간 건물을 공실로 둔 건물주들 사이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 도움을 받기도 한다. 또 다른 건물주 B씨는 “처방전이 많이 나오는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같은 전공의와 약국을 팀으로 짜서 유치해준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이를 조건으로 억대에 달하는 수수료를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건물주들이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주들을 월세만 높게 받으려는 불로소득 악덕업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높은 땅값, 건축비 등을 지불하고도 경기불황에 본전도 못 찾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상가 및 건물투자가 과거에 비해 대중화됐지만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일부 소수의 거래 시장이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월세를 받으며 노후를 대비하려는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이들을 노리는 사람들도 생겼다. 브랜드나 병의원 유치작업을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사실 매우 드물다. 시장이 불투명하다보니 창업 컨설턴트란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고 수수료 높게 책정해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는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은 기자
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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