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상장사부터 대기업도 가리지않아
감사 선임 유예 가능하지만 독립성 훼손 우려
3%룰 포함 의결권 손질 필요성 대두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절반 가까이 지나간 가운데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불발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대부분 정족수 미달로 인한 선임 실패로,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하고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결국 감사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되려 감사 독립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3%룰’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에 따른 감사 선임 실패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시장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소 상장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도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사례가 나왔다. 최근 발생한 이슈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장사들이라고 해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90위권인 GS리테일은 지난 15일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당초 GS리테일은 하용득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고 했지만 일부 주주들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적정 득표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GS리테일 대주주인 GS가 65.75%의 지분을 갖고 있어도 속수무책이었다.

현행법상 주총 결의를 위해서는 출석한 주식 수 과반 이상과 의결권이 있는 주식 2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선임의 경우 독립성을 위해 대주주에게 3%룰을 적용한다. 3%룰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상근 감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1인당 3%룰이 적용된다. GS리테일의 경우 대주주 의결 지분 3%, 특수관계인 0.02%를 제외한 21.98% 가량의 찬성표를 추가로 받아야 했는데 실패한 것이다. 
  
미세먼지 관련주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크린앤사이언스도 정족수 미달을 피하진 못했다. 크린앤사이언스 측에 따르면 의결권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크린앤사이언스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2.66%로 감사 선임에 있어 의결권이 3%로 묶였다. 나머지 22%를 채우지 못하면서 안건이 부결됐다.  

자료=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료=한국상장회사협의회.

이밖에 최근 ‘승리 스캔들’ 관련 시장 주목도가 높은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신신제약, 화일약품, 깨끗한나라, 이월드, 에프알텍, 한국화장품, 진양산업, 디에이치피코리아, 연이정보통신, 씨유메디칼, 오르비텍, 코콤 등도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아직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상장사들이 많이 남아 있어 감사 선임 부결 사태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3월 주총에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723곳이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데 8.2%인 154곳이 선임 불발 사태를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224곳이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이 불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아직까진 감사 선임 실패가 당장 상장사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상황이다.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주총 집중일에 피해 분산 개최하는 등 노력을 다한 상장사는 감사 선임 실패에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상 임기가 만료된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하지 못한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수록 되려 감사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감사가 다음 주총까지 권한을 유지한다. 이같이 장기간 감사직이 유지될 경우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형적인 감사 연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3%룰 등 제도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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