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강변 개발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
잠실주공5단지·아시아선수촌아파트, 강남권서 주목 재건축 단지로 떠올라
“한강변 주거벨트의 시작, 주변 개발 호재로 위상 더 올라갈 것”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재건축 사업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970년대 정부의 한강변 개발로 모래밭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탄생한 잠실이 재건축 사업을 통해 제2막을 준비 중이다. 진주, 미성·크로바 등이 이주를 시작했고 잠실주공5단지는 50층이 재건축이 결정돼 마천루 아파트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쳤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잠실 일대는 서울 한강변 라인을 대표하는 아파트촌으로 다시 한 번 각광 받을 전망이다.

◇‘뽕나무밭→모래사장→대규모 아파트촌’···잠실주공5단지·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부촌 명맥 유지

40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주변은 많은 섬과 백사장이 주를 이뤘다. 잠실 역시 ‘잠실도’라는 섬에서 시작됐다. 잠실도는 조선시대부터 누에 사육을 통한 양잠산업이 활성화 돼 있었다. 잠실이라는 지명도 ‘누에 잠’자와 ‘누에 치는 방’에서 유래됐다. 이에 1930년대까지 잠실도는 누에의 먹이가 되는 뽕나무로 가득했다. 하지만 1940년대 잦은 홍수로 인해 모래밭으로 전락했고, 200여가구의 주민들은 채소 등을 가꾸며 살아 왔다.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한강 공유수면 매립 사업’을 통해서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택지를 마련하기 위해 잠실도 남쪽으로 흐르는 송파강을 막고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를 마친 후 잠실은 75만평의 육지로 탈바꿈했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주변 땅과 함께 340만평을 조성해 잠실아파트 단지와 잠실종합운동장을 만드는 ‘잠실지구 종합 개발계획 사업’을 추진했다.

대한주택공사는 서울시로부터 받은 25만명의 땅에 1~4단지(33개동·1만5250가구)를 건설했다.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을 위해 7.5~19평으로 지어졌다. 5단지는 1~4단지 건설 중에 추진됐다. 대지면적이 약 10만평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특히 30개 동 모두 기존 민간 건설사가 건설하는 12층보다 높은 15층으로 건설됐다. 기존 단지에서 볼 수 없던 수영장과 헬스장이 갖춰진 새마을 체육관, 새마을 회관 등이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다.

1984년 12월 10일자 동아일보 11면 상단에 실린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경 /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이어 1986년에는 아시안게임 선수단을 수용하기 위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준공됐다. 국내 최초로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건립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이전에 나온 단지와 완전히 달랐다. 최초의 지하주차장, 복층, 필로티, 1층 정원 등 혁신 설계로 화제를 모았다.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 안팎 1000평의 주차장과 일대 공터는 차량으로 빽빽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고, 분양은 하루만에 완판됐다.

또 당시 정부는 대회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기부금을 많이 낸 순서대로 우선 분양했는데 최대 기부금이 7700만원에 달하는 등 그 열기가 뜨거웠다. 지금은 잠실 대표 부촌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전 정책실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잠실은 3만911가구와 10만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반포, 압구정 등과 함께 대표적인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옛 송파강 모래사장에는 롯데월드와 대한민국 최고 마천루인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섰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탄천과 한강이 합류되던 물길 언저리에 자리했다. 현재 준공 30년차를 맞이한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잠실 아파트 역사의 제2막을 준비 중이다.

◇잠실주공5단지 50층 아파트 확정···“잠실 개발과 함께 위상 더 오를 듯”

잠실 일대에서 초창기 지어졌던 잠실주공1~4단지는 잠실엘스(준공 2008년·5678세대), 리센츠(2008년·5563세대), 트리지움(2007년·3280세대), 레이크팰리스(2006년·2678세대) 등으로 재건축 됐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와 진주, 미성·크로바, 장미1·2차, 우성1·2·3차, 아시아선수촌아파트 6개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위한 진행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그간 서울시의 35층 규제로 보기 힘들었던 50층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인 이 단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정비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단지 일부의 준주거지 종상향과 50층 건축이 허가됐다. 잠실사거리 일대가 광역중심지로 인정받아 용도지역 상승이 가능했다. 현재 5단지 조합은 서울시와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기존 정비계획안은 오피스와 호텔을 포함해 최고 50층 높이 6401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이었으나 호텔을 제외하고 주거시설을 더 늘리는 방안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주공5단지(사진)는 그간 서울시의 35층 규제로 보기 힘들었던 50층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인 이 단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정비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단지 일부의 준주거지 종상향과 50층 건축이 허가됐다. / 사진=길해성 기자

진주와 미성·크로바는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두 단지는 재건축을 위한 이주에 들어갔다. 미성·크로바는 올 6월, 진주는 8월까지 이주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기존 1350가구를 헐고 최고 35층 13개 동 1991가구를 새로 짓는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롯데건설은 이 단지에 롯데월드타워와 연계한 설계를 적용해 잠실권 랜드마크 아파트로 건설할 계획이다. 진주는 1507가구에서 최고 35층, 2870가구 규모 단지로 변모한다. 시공은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맡았으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래미안 아이파크’로 탄생할 예정이다.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장미1·2차와 우성1·2·3차는 재건축 사업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아직까지는 재건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지만 준공 34년차를 맞이한데다 인근 단지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재건축 사업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잠실은 반포·압구정 등과 함께 강남 한강변 대표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강편 주거벨트의 시작점인 잠실은 향후 압구정, 반포 등과 함께 강남 주요 주거단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동대로 통합개발 등 호재가 풍부해 뛰어난 미래 가치도 주목되는 곳”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새롭게 조성될 잠실운동장 스포츠·MICE(국제회의 및 전시·박람회 등 유망 산업) 복합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잠실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