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나무숲 전격 패쇄, 직원들 “노조 견제 목적” 비판···포스코 측 “운영취지 훼손, 일방적 비방과 사실왜곡해 불가피”
최 회장 취임 후 신설된 ‘소통섹션’도 노조 가입 막고 동향 점검하는 ‘사찰기구’ 전락했다는 주장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취임 후 직원·주주·시민 등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직원들의 입막음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 회장이 취임 후 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온 탓에, 이번 조치 역시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해석도 불거진다.

25일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를 기해 내부 구성원들 간 익명소통 창구였던 사내게시판 ‘대나무숲’이 폐쇄됐다. 게시판 특성 상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접속하는 사이트가 아닌 만큼, 정확한 시각은 파악되지 않았다. 시사저널e와 접촉한 포스코 직원들 중 가장 빨리 대나무숲 패쇄를 확인한 시점은 23일 오후 4시께였다.

포스코는 이번 결정이 일방적인 비방과 사실왜곡 등이 난무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포스코는 사내 공지를 통해 “회사 발전을 위한 건강한 의견개진이라는 당초 운영 목표와 달리 일터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과 사실왜곡, 저속한 표현 등으로 신뢰 기반이 무너졌다”고 패쇄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해당 게시판은 포스코 그룹사 관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다. 선뜻 대놓고 제기할 수 없었던 문제 의식을 공유했던 곳으로 알려진다. 지난 2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사망한 사고 당시 산재가능성이 제기되고, 회사의 사건 은폐가능성 등이 논의됐던 발단 또한 이 게시판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또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만큼, 근무시간 중에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한 후 온전히 개인의 생활을 누리는 성숙한 직업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소통의 노력을 ‘성숙하지 못하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치부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사진=제보자
포스코 사내게시판. / 사진=제보자

익명을 요구한 한 포스코 관계자는 “취임 후부터 줄곧 노조를 눈엣 가시로 여겨온 최정우 회장이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는 사내게시판을 (폐쇄 전부터)가만 둘리 없을 것이라 여겼다”며 “내용 중엔 분명 그릇된 게시물이 포함됐던 것도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건전한 포스코를 위한 게시판인데 (최정우 회장의)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없앴다는 사실에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최정우 회장의 소통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한 후 신설됐다는 이른바 ‘소통섹션’이 사실 상 노조가입을 막고 동향을 점검하며 직원들 노조가입을 막는 사찰기구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소통섹션은 각 제철소 △생산기술부 △안전방재그룹 △품질기술부 △STS제강부 내에 조직됐다. 팀 리더 격인 과장들이 담당으로 돼 있다. 일부 부서는 대리가 이를 맡았다. 소통섹션 담당자들의 대다수는 4년제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직원들로 구성됐다.

포항제철소 근무자인 한 직원은 “대나무숲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적시할 경우, 곧바로 면담요청을 받을 만큼 익명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한 번은 소통담당자가 면담을 요구해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며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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