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이해진 네이버 총수.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해진 네이버 총수.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포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을 이끄는 이해진 네이버 총수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대학 동문이자 입사 동기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앞으로 2편에 걸쳐 네이버와 카카오를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네이버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포털 업체다.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총수는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략가’로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순간 전략 판단으로 지금의 네이버를 만든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노조와의 갈등을 비롯해 소통 부재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내벤처에서 국내 1위 포털업체로 성장하기까지

이해진 총수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1997년 다른 직원들과 의기투합해 사내벤처 1호인 ‘웹글라이더’ 팀을 만들게 된다. 웹글라이더는 검색 엔진을 개발했고, 인터넷 검색서비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직감한 이 총수는 1999년 회사를 나와 네이버컴(네이버 전신)을 설립하게 된다.

그러나 검색 사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이 총수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당시 이끌던 한게임과의 합병이다.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은 합병을 하게 되고 2001년 NHN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후 한게임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매출을 토대로 검색 사업을 키우게 된다. 

NHN은 검색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8월 도입한 ‘통합검색’과 2002년 내놓은 ‘지식in’이다. 통합검색은 검색 결과를 이미지, 뉴스, 관련 사이트, 웹문서 등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통합검색은 이후 구글 등 다른 검색 포털들도 따라하는 대표적인 검색 방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지식iN 역시 지금의 네이버를 만들어 준 1등 공신이다. 지식iN은 사용자끼리 질문과 답변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서비스다. 특히 답변이 채택되면 ‘내공’이라는 일종의 포인트를 주는 제도를 통해 유저들간의 경쟁심을 유발했고 이는 곧 풍부한 콘텐츠로 이어졌다. 

통합검색과 지식iN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는 2004년 PC 검색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최근까지 국내 검색 점유율 1위를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네이버가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7년 NHN 공동대표였던 김범수 의장이 자진 사임하게 된다. 당시 업계에서 김 전 의장과 이 총수와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후 NHN은 2013년 포털과 게임사업 부문을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하게 된다. 

네이버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카카오톡’ 등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에 이 총수는 자회사 네이버 재팬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하게 된다. 국내는 카카오톡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일본은 물론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라인은 지금도 일본 국민 메신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업계는 카카오톡이 선점한 국내 시장 대신 빠르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이 총수의 판단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외에도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웹툰, 네이버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성공시키며 국내 1위 포털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5869억원, 영업이익 94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위 업체인 카카오(구 다음) 매출(2조4167억원)의 2배, 영업이익(750억원)은 1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네이버 사옥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불통의 교섭, 직원들 억장이 무너진다' 등이 써 있다. / 사진=원태영 기자
네이버 사옥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불통의 교섭, 직원들 억장이 무너진다' 등이 써 있다. / 사진=원태영 기자

◇소통 부재 아쉬워…수익성 둔화도 고민

네이버는 그동안 빠른 속도로 외형을 불려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통 부재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단기간 회사가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회사 규모에 맞는 인력 관리 체계를 수립하지 못했다”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만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속에서 네이버 근로자들은 지난해 4월 국내 IT기업 최초로 ‘공동성명’이라는 이름의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당시 노조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초기의 수평적 조직문화와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고 수직·관료적 문화만 남았다”고 네이버를 비판했다.

네이버 노조는 출범 후 지난해 12월까지 15차례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모두 결렬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사측과의 타협은 이뤄지지 않았다. 협정근로자(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근로자) 범위 지정을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사측은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협정근로자 지정이 필요하다 주장했으나 노조는 협정근로자 지정이 노동3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이후 노조는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자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권리지만 네이버 경영진 중 누군가에게는 노동조합 설립이 억장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네이버 경영진은 인센티브 지급의 객관적 근거만이라도 알려달라는 요구조차 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재 노조는 지난 20일 기준 3차 쟁의행위까지 진행한 상황이다. 노조는 현재 이 총수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앞으로 2주 간격으로 쟁의행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네이버의 또 다른 고민은 수익 둔화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 확대와 자회사 비용 증가 탓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었다. 특히 2016부터 이어온 ‘연간 영업익 1조원’ 행진이 끝나게 됐다. 자회사 라인의 경우 지난해 37억엔(약 3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상장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결산을 기록했다. 라인은 2017년 80억엔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투자 및 마케팅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과도한 해외 투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자회사 라인의 주권 관련 사채권 취득분 7517억원을 포함해 8725억원의 해외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8.9배 증가한 수치다. 이 총수 역시 2013년부터 계속해온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벗어나, 지난 2017년부터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자리를 맡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그동안 속으로 곪아왔던 문제들이 최근 표면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화 의지다. 최근 게임사들이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선 것처럼 네이버 역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노조와의 소통은 교섭단체를 통해 하고 있으며 포괄임금제도 도입하는 등 소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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