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벵자맹 쇼. 알프스의 산골 소년이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그의 특별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사진=김덕창
사진=김덕창

 

어린이 독자를 위한 작품을 짓기 때문일까?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가 인상적인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벵자맹 쇼. 프랑스의 ‘국민’ 그림책 작가로 불리는 그의 대표작 <곰의 노래>는 2013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 되고, 2014년에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인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그가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2012년 프랑스 정부가 선정한 ‘처음 만나는 책’에 이름을 올려 그해 태어난 2만8000명의 신생아가 그의 책을 한 권씩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이를 이해하고 따라주는 부모가 늘 등장한다. 사고뭉치 아이 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도 있지만 결과는 언제나 따뜻한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그 역시 자신의 책은 ‘말 썽부려도 괜찮아. 엄마 아빠는 다 이해해줄 거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2019 삼척 그림책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벵자맹 쇼를 만났다. 일주일 동안 여러 지역을 방문해 많은 어린이 독자를 만나고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는 작가. 그는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이들은 다 똑같은것 같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많고 그림을 좋아한다는 게 공통 점이라고.

“한국의 부모와 아이들이 너무 완벽해지려고 노력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완벽주의는 아이의 개성을 지워버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완벽하기 위해서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반돼요. 하지만 사람마다 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기의 매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내가 줄수 있는 최상의 것, 그러면서도 나의 개성과 인간미가 드러나는 그림을 그리는 거죠. 부모 스스로나 자녀에게 완벽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좀 위험한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는 것과 완벽을 추구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믿고 지켜봐주는 존재

사진=김덕창
사진=김덕창

벵자맹 쇼는 프랑스 남부의 알프스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농사짓는 부모 대신 할머니 옆에서 늘 그림을 그리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그림책 작가로서의 상상력은 변변한 놀이거리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환경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제가 어린 시절에 살던 곳은 주위에 산밖에 없었어요. TV도 없고 놀이거 리나 즐길 거리가 하나도 없었죠.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걸어 다니는 거였어요. 할 일이 없어서 매일 몇 시간씩 걸었는데, 그때 제 상상력이 폭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명쾌한 설명이다. 또 작가는 부모의 교육법이 자신을 예술가로 성장시킨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는 세 자녀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었다. 단 한 번도 ‘무엇이 돼라’, ‘어느 방향으로 가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녀에게 자유를 주고그 책임을 스스로 지게끔 하는 교육은 작가가 정체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 역시 부모는 아이가 보호를 필요로 할 때만 나서고 그 밖의 상황은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제 아이들도 그런 철학으로 키우고 있고요. 또 아이들의 이해력이 어른보다 낮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경험이 적은 것뿐이에요. 그림책을 읽어도 어른들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과거와 연결 지어 슬픔, 행복 등을 느끼지 만, 아이들은 이야기 자체에서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느껴요. 아이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기 때문에 굳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도 아이들은 작품을 이해할 수 있지요.”

요즘 한국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 늘어나고 그림책축제도 열리는 등 그림책 열풍이다.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가 장래 희망인 아이들도 다수. 이런 아이들에게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벵자맹 쇼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그 역시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림책 작가로서 자신의 진로를 찾기까지 꽤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 다고 말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 가지입니다. 절대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처음엔 그림을 즐겁게 그리지만 점차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에 그리는 걸 멈추게 되죠. 그러니 그림을 꾸준히 그리면서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는 연습을 하세요. 동시에 연극, 공연, 전시회 등을 관람하며 문화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으시고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주눅도 들지 말고, 자기 자신이 독자일 때 읽고 싶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이 이야기를 마친 뒤 그는 자신의 스케치 노트를 보여주었다. 어디를 가든 항상 그의 가방에는 노트와 색연필이 들어 있다. 어릴 때부터 스케치 노 트에 풍경, 표정, 장면 등을 수없이 그려왔다는 벵자맹 쇼.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끊임없이 그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세계적인 작가의 모습 에서 역시 꾸준한 노력만이 거장을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림책 작가는 혼자 상상하며 책을 만드는 외로운 직업이지만 방 한구 석에서 지은 자신의 책이 문화가 다르고 멀리 떨어져 사는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작가 벵자맹 쇼. 또 그림책 작가인 까닭에 다양한 문화와 사회 속의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는 작가는 앞으로도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아이들과 소통해나갈 계획이다.

다음번에 그가 들고 올 작품은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할지 기대가 크다.

 

<새로운 보금자리>, <신나는 정글 학교>, <뜻밖의 도시 탐험> (여유당)

→plus tip 벵자맹 쇼의 작품 엿보기

‘세상에서 가장 꼬리가 긴 마르쉬 이야기’ 시리즈

<새로운 보금자리>, <신나는 정글 학교>, <뜻밖의 도시 탐험> (여유당)

정글에 사는 마르쉬 삼 남매가 겪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렸다. 폭풍우에 집이 부서져 새 집을 찾고, 정글 학교에서 다양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정글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거나 갑자기 도시를 탐험하게 되는 이야기. 사고뭉치 아이들의 뒤에 항상 자상한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스토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베스트베이비 2019년 3월호

https://www.smlounge.co.kr/best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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