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요 억제 측면에선 긍정적
자금력 약한 중소건설사엔 악재···소비자도 목돈 마련 부담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GS건설이 서울 한 사업장에서 준공 후 일부세대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감하면서 후분양제 도입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분양제는 웃돈을 노린 청약 가수요를 걷어내는 데에는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나,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후분양제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2016년 6월 분양하고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백련산파크자이 일부 세대를 최근 공급물량으로 풀었다. 이번에 공급한 물량은 보류지 등이다. 보류지란 분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간 법적 분쟁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남겨두는 일종의 사업예비비와 같은 개념의 주택으로, 이 사업장에서는 43개 물량이 나왔다. 준공 후 내놓은 만큼 사실상 후분양제인 셈이다. 지난 20일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결과 43가구 모집에 1578건이 청약해 평균 청약경쟁률 36.7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 평균 청약경쟁률이 12.28대 1인 것에 견주어보면 경쟁률이 세 배나 치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후분양제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역시 부동산 과열을 막는 수단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며 후분양제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실제 직접 완공된 곳에 가서 조망권이나 마감재 등을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견건설사들은 후분양제가 독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대형건설사는 자금조달 능력이 있어 후분양제로 하더라도 시공이 가능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건물을 먼저 지을 돈을 은행 등으로부터 구하기 힘들어 분양 사업 자체에 참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도 후분양제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지 자금조달에 무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중견건설사로선 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예비 청약 수요자들 가운데에서도 후분양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다. 선분양의 경우 통상 2~3년이 되는 준공 기간 동안 4~6회에 나눠서 중도금을 내는 방식이지만, 후분양제는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한 번에 내야 하기 때문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백련산파크자이도 계약과 동시에 분양가 10%인 계약금을 내고 나머지 잔금 90%는 오는 7월 일괄 납부해야 한다.

업계관계자는 “후분양제로 대형건설사의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면 중소건설사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분양가 상승이나 공급 축소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없는 성급한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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