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경고시스템 없어 사고 불러···보잉사, 지난해 사고 땐 소프트웨어 문제 인지하고도 업그레이드 안 해

보잉 737 MAX8 기종의 잇단 추락 사고 이후 MCAS가 사고 원인으로 뽑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잉 737 MAX8 기종의 잇단 추락 사고 이후 MCAS가 사고 원인으로 뽑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737 MAX8 추락 이후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MCAS)’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MCAS 오작동이 추락 원인”이라며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추락 사고와 지난 10일 발생한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 모두 MCAS 문제일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CAS는 기체가 상승하려는 힘을 급격하게 잃고 떨어지는 것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장치다. 안전 운항을 돕는 장치가 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걸까?

◆ 뭐가 잘못 작동했을까

MCAS는 이륙 이후 플랩을 올리고 나서 받음각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플랩은 비행기 날개 뒷부분에서 나오는 작은 날개이다. 이륙 직전이나 착륙 직전 커다란 날개 안에서 또 다른 날개가 나오는데, 날개의 앞쪽에서 나오는 것이 슬랫이고 뒤쪽에서 나오는 것이 플랩이다. 받음각은 비행기의 날개와 공기의 흐름이 이루는 각이다. 쉽게 말해 비행기 앞쪽이 점점 들려 올려지면 받음각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사진처럼 비행이 앞쪽이 점점 들려지면 받음각이 커지는 것이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사진처럼 비행이 앞쪽이 점점 들려지면 받음각이 커지는 것이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받음각이 커지면 일정 수준까지는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받음각이 계속 커지면 ‘스톨’ 현상이 발생한다. 날개가 힘을 잃고 추락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행기는 받음각이 특정값을 넘으면 조종사에게 경고를 한다. 다만 737 MAX8 기종은 MCAS가 적용돼 자동으로 받음각을 낮추고 있었다. 여기에 오류가 생겼지만 AFP 통신은 조종사들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오류 경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잉사도 일부분 문제를 인정한 모양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MAX8 기종에 MCAS의 오작동 경고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오작동 경고등은 지금까진 선택사항이었다. AFP 통신은 최근 5개월 사이 잇달아 추락한 라이온 에어 여객기와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에는 경고등이 탑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경고등은 센서가 항공기의 MCAS에 잘못된 정보를 전송할 경우 켜진다.

◆ NYT “보잉, MCAS 업그레이드 약속해 놓고 실천 안 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의 ‘늑장 대응’이 결과적으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여객기 추락참사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소속 MAX8 여객기의 추락으로 탑승자 189명 전원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자, 보잉은 연말까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가 말하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MCAS이다.

보잉은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이후 또 다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언급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보잉은 열흘 안에 MCAS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PF통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되고 테스트를 거치면 바로 운항에 들어가긴 하겠지만 전부 업그레이드 하는 데는 최대 6주까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잉의 설명대로라면 오는 25일(현지시간)엔 MAX8 기종의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보잉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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