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안건, 사외이사 선임 안건 모두 모비스 勝···“엘리엇 민낯 드러났다”
전문가 “엘리엇도 과도한 요구는 주주들에게 안 통한다는 걸 학습해야”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박정국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주식회사 제4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박정국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주식회사 제4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에 이어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완승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엘리엇의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22일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열린 제42기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 표 대결로 주목된 현금배당 안건,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 모두 모비스의 제안대로 의결됐다.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엘리엇이 모비스에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를 훼손해서라도 수익을 챙기려는 투기자본의 민낯이 드러났고 변수였던 외국인 지분마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모비스 지분의 2.6%를 보유하고 있다. 모비스는 우호적인 특수 관계인을 포함해 30.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은 46.37%에 달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엘리엇의 과도한 요구로 외국인 주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주가 엘리엇의 본 모습을 알게 됐다”며 “엘리엇도 이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배당액 제안이 더 이상 주주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는 것을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올해 1월 현대모비스에 보통주 주당 2만6399원, 우선주 주당 2만6449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배당 총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모비스 이사회 안은 보통주 주당 4000원, 우선주 주당 4050원이다. 주주총회에선 사측의 제안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69% 찬성률로 가결됐다. 반면 엘리엇의 제안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11% 찬성에 그쳤다.

논란이 많았던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모비스는 이해 상충을 고려하지 않은 후보 선임이라며 엘리엇을 비판해왔다. 엘리엇은 모비스에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는데, 그 중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오토모티브의 최고기술경영자다.

모비스에 따르면 올해 카르마와 모비스 간 거래 관계가 확대될 예정이다. 사외이사 후보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하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모비스의 주장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비스가 엘리엇의 말을 잘 안들으면 카르마에 힘을 실어줘 모비스를 압박하려던 전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현대차그룹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측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배구조 개편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이 임시 주총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설립을 주장하고 배당 지급률을 순이익의 40~50% 수준으로 높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주총을 1주일 앞두고 개편안의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지배구조 개편을 재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엘리엇이 제안한 정관변경안(이사 수 9명→11명)은 21.1% 찬성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사내이사는 모비스의 제안대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배형근 현대모비스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사내이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함께 4인 체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최고한도액 100억원을 유지했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제 42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제 42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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