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시스템의 변화 이끈 주유소의 ‘위치에너지’
편의점‧드라이브스루 넘어 중고거래‧세탁물도 주유소에서

국내 최초 무인편의점이 들어선 에쓰오일 하이웨이주유소 / 사진=에쓰오일
국내 최초 무인편의점이 들어선 에쓰오일 하이웨이주유소 / 사진=에쓰오일

정유업계가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불안정한 유가 등 외부요인에 기인한 정제마진이 유동적이고 전기‧수소 등 친환경연료 자동차들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미래먹거리’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른 대안으로 풀이된다.

접근성이 좋고, 주유를 위해 많은 차와 사람이 모이는 주유소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편의점‧패스트푸드‧카페 등을 주유소 내에 입점 시키는 이른바 ‘복합주유소’에 열을 올렸다.

근래 들어서는 저마다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 간 K리그 3라운드의 또 다른 이름은 ‘홈픽 더비’였다. 각 구단을 후원하는 GS칼텍스와 SK에너지가 ‘홈픽’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홈픽’이란 두 업체가 지난해 6월 물류 스마트업 ‘줌마’와 공동으로 런칭한 택배서비스 브랜드다. 소비자가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택배발송 접수를 하면 반경 3km 이내 주유소의 ‘피커’(택배수거기사)가 이를 수거하고 주유소에 택배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아진 택배들은 전문 업체 등을 통해 일괄 배송된다.

앞서 양 사는 지난해 말부터 ‘큐부’ 서비스를 도입‧운영 중이다.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보관 및 중고거래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큐부란 ‘큐브(스마트보관함)야 부탁해’의 준말이다. 큐브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원격으로 제어 가능하다.

이와 별개로 GS칼텍스는 LG전자와 함께 ‘에너지 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주유‧정비‧세차 등과 같은 기본적인 주유소서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전기차 충전‧셰어링‧경정비 등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휘발유‧경유‧LPG 등 기존 차량용 연로 외에 수소‧전기 등 대체연료까지 공급가능한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며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세븐일레븐과 손을 잡고 국내 주유소 최초로 무인편의점을 입점 시켰다.

/ 사진=현대오일뱅크
/ 사진=현대오일뱅크

또한 고유 캐릭터를 활용한 ‘구도일존’을 설치해 캐릭터상품 판매 등 기존 세븐일레븐 무인편의점과 차이점을 두며 신규매출창구로 활용 중이다. 이 같은 신사업의 밑바탕엔 그간 업계가 공들인 이종복합서비스가 근간이 됐다. 업계는 수 년 전부터 주유소 내에 각종 편의시설을 배치한 복합주유소를 통해 이용객 편의를 도모했다.

SK네트웍스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SK주유소의 경우 직영운영하는 SK주유소 105개소에 CU편의점을 설치했으며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수 곳 운영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140개 직영점 중 15개점에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및 카센터 등을 입점시켰다.

GS칼텍스도 직영점 중 70여 곳을 이와 같이 활용한다.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 △스타벅스‧앤젤리너스 등 커피전문점 △기아자동차‧포드 등 자동차대리점 △주차장(GS파크24), 손세차장 및 경정비센터 등을 갖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고객의 편의증진, 유외수익 및 그룹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위해 다양한 제휴 사업이 확대되며 주유소 사업의 다양성이 추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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