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수사 아닌 누가 봐도 납득할만한 성과 및 과정 보여줘야

경찰과 기자는 여러모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보를 좋아하고 발품을 팔아야 결과물이 나온다. 죄 짓는 사람들을 찾는데 밤낮으로 주력하는데, 죄를 안 짓는 사람들에게도 그리 응원 받진 못한다. 또 일부의 일탈이 주는 폐해가 너무 커서 드러날 경우 직업 전체를 욕 먹인다.

동병상련인지 최근 또 욕먹는 경찰을 보면 뭔가 마음이 착잡하다. 가수 승리와 정준영으로부터 불거진 버닝썬 사태 중심에 경찰이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사건은 경찰이 고질적으로 비판받던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선 매번 비판받는 초동 현장 대처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됐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경찰은 버닝썬 직원과 신고자 김상교씨가 실랑이를 하는 것을 보고도 곧바로 하차해 제지하지 않았다. 또 김상교씨 체포와 관련해 거짓보고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비호 과정에 얽힌 경찰들이 얽혀있는 것은 둘째 치고 가장 기본적인 출동 후 현장대처부터가 문제였던 것이다.

경찰이 현장에서의 적절치 못한 대처로 비판을 받은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명이 실명되는 사태까지 부른 광주 집단폭행 사태 때에도 현장 출동 후 적극적이지 않은 대처로 뭇매를 맞았다. 올해 초 버스 흉기난동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땐 “신고자가 누구냐”고 현장에서 크게 물어 비판받은 바 있다. 기본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공권력을 무시하는 풍조, 자칫 잘못하면 과잉대응 등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한국 경찰들은 고생이 많다. 허나 이런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계속 같은 문제를 되풀이한다는 것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버닝썬 사태는 또 사람들로 하여금 경찰의 유착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좀 높아 보이는 경찰은 다 ‘경찰총장’인 줄 아는 이들과 유착해 뒤를 봐준 것이 들통 났다. 영화에서 형사 역을 맡은 황정민이 '돈이 없지 가오(얼굴 등을 뜻하는 일본어로 '폼'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없냐'고 했는데, 이는 참 경찰로서 폼 안나는 행동이다. 이와 관련 충격적인 것은 주변의 반응이었다. ‘놀랐다’는 반응보단 ‘뭐 당연히 그랬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 단골 소재로 쓰일 정도로 경찰의 유착문제는 이제 일반 사람들에겐 상식에 가까운 지경이 됐다.

이제 버닝썬 수사는 경찰에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됐다. 일각에선 경찰이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버닝썬 수사는 경찰에겐 속 타는 일이지만 수사를 통해 스스로 명예회복 할 기회를 잡은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경찰이 훗날 버닝썬 사태 전과 후로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적당한 성과’가 아닌,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성과와 수사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또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일부의 문제라고 하지만, 그 일부를 어떻게 안 생기게 할지 믿음을 주는 해결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경찰이 잘 되길 바라는 건, 그래도 우리가 곤경에 처하면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