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금융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가 은행에 온 이유
  • 이용우 기자(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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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저축은행에 전직 부장판사, 검사, 정치권 인사 사외이사로 활동
권력형 사외이사 ‘외풍 방패막이’로 활용 우려

사외이사란 누굴까. 기업 최고경영자의 전횡과 독단 경영을 막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로서 선임된 사람이다. 회사의 이사면서 또한 외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독립적인 위치가 확보된다. 객관적으로 경영 견제를 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한 이유다. 아울러 경영진에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조언을 통해 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다. 

답안지 같은 사외이사의 정의를 생각하고 은행권을 보자. 요즘 은행은 핀테크가 대세다. 비대면 거래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어디서나 원하는 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금융 전문지식과 경력을 갖춘 인사가 은행에 사외이사로 들어온다면 이러한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할 수 있다. 반대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 정관계 고위직 출신들이 은행의 사외이사로 영입됐다면 ‘저 사람이 왜?’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말하는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보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금융,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판·검사가 와도 된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 정관계 인사라 해도 경제, 경영, 회계 분야에 전문지식, 실무경험이 있으면 은행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법률이 생각보다 금융권의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광범위하게 설정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상황’처럼 됐다. 

특히 법에서 말한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이란 금융회사의 금융업 영위와 관련된 분야에서 연구·조사 또는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사외이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당 금융회사가 판단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외이사 자격 여부를 은행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형 은행들을 보면 사외이사 선임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에서 한국정부회계학회장을 역임한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KB국민은행은 안강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과 석승훈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안 원장은 대한상사원 국제중재인 등을 지낸 법률전문가다. 석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 학사와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보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하나금융지주는 신한은행 부행장을 지냈던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신한금융지주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용학 홍콩 퍼스트 브릿지 스트레터지 대표 등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문제는 시중은행을 벗어나면 발생한다. 지방금융지주와 지방은행, 저축은행으로 갈수록 사외이사 경력이 화려해진다. 고등법원 법원장, 부장판사, 검사, 금감원 국장, 주요 로펌 변호사, 국무총리비서실장, 대기업 대표, 시장, 장관 등의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금융과 큰 관련이 없거나, 금융 관련 전문성이 있어도 금감원과 같은 권력 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다.

시중은행들이 국민과 언론 등에 주기적으로 감시와 지적을 받는 것과 달리 지방금융권과 저축은행 업계는 이런 지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사외이사 영입에는 큰 지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법률이 열어놓은 문을 통해 은행들은 금융 발전보다 ‘해당 은행’에 도움 되는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영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독단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다. 또 전문가 영입을 위해서도 분명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권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 정관계 고위직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오는 것은 분명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들이 금융사에 사외이사로 온 이유가 마치 외풍 차단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공공성이 짙은 산업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 번의 금융 사고도 경제에 치명적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그랬다. 고도로 발전하는 금융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고 도움을 주기보다 외부의 감시, 감사를 막아낼 역할로서 사외이사가 영입된다면 차후 문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금융 전문가 영입에 사외이사만큼 좋은 제도가 없다. 법은 그래서 사외이사 영입에 제한을 크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 연결고리가 부족한 사람들이 오는 무제한식 영입은 법의 의도를 벗어난 행태다. 우리 금융권이 사외이사 영입에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용우 기자
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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