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승리 게이트'로 K팝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6000억원 가까이 날아갔다고 한다. 투자자 불신으로 K팝 산업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돌 가수 승리가 속했던 YG엔터테인먼트, 최종훈과 이종현이 속했던 FNC엔터테인먼트 등 5곳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26일 이후 지난 18일까지 587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이번 '승리 게이트'로 3주 사이 330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까지 불똥이 띈 것이다.

증권가와 연예업계 관계자들은 "'승리 게이트'로 소속사뿐만 아니라 그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와, 국민연금이 피해를 입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승리, 정준영 등 일부 아이돌 스타들의 타락 행위는 향후 한류의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K팝을 중심으로 20년 가까이 쌓아온 방송 영화 등 한류가 자칫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 시냇물을 흐르게 하는 형국이다. 

이 불똥이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5-7월 미국 LA, 시카고, 뉴저지,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의 추가공연까지 확정했다. 다행히도 ‘승리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방탄소년단의 생산 유발 효과는 연 평균 4조1,400억원으로 계산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BTS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 평균 1조4,2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6년 중견기업 평균 매출액(1,591억7,000만원)과 비교해보면 방탄소년단의 생산 유발 효과는 중기의 26배,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9배나 된다. 가히 움직이는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이처럼 K팝은 한류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다. 그런 K팝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기획사를 비롯한 연예 업계 전반의 시스템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인성 및 도덕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폐쇄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기술자를 양산해 왔을 뿐, 그들의 교양이나 품성, 인격 등 인성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K팝을 포함한 연예산업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시점인줄 모른다. 이런 시각에서 다시 방탄소년단의 성공 신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큰 기획사의 멤버도 아니고 다른 아이돌 보다 월등한 팀도 아니다. 하지만 조심스럽지만 여느 아이돌 보단 인성 교육이 몸에 밴 듯하다. 그들의 노랫말은 청소년들에게 자기 사랑을 통해 성찰과 희망을 담아 미래로 당당하게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세계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방송사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영방송 KBS는 지난 2016년 여자 친구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당한 정준영이 무혐의로 풀려난 직후 윤리적 검증도 없이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성급하게 복귀시킨 것은 잘못이다.

국내 증권 게시판에는 성난 투자자의 손해 배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가수가 잘못한 것을 투자자가 책임질 수 없다" 등 항의 글들이다. 승리 등 아이돌 스타들의 일탈 행위 때문에 경제적인 손해를 본 국민들이 공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연금은 글자 그대로 국민 각자가 노후를 위해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준(準) 공인인 인기 연예인들의 잘못된 행동은 그 본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유명인들이 행동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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