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 구속영장 기각으로 삐걱···성범죄·유착 수사는 ‘가속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로 디지털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로 디지털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찰의 명운을 건 강남 클럽 ‘버닝썬’ 수사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친 모양새다. 마약 유통의 키를 주고 있다고 지목된 이문호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다. 나머지 두 갈래 수사인 성범죄, 경찰 유착 의혹은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사건 수사에 16개 팀 152명의 수사관을 투입해 합동수사팀을 운영 중이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규명에 나서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이례적인 수사 인력이 집중 투입된 상태다. 수사팀의 수사는 마약·성범죄·경찰 유착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마약 수사는 40명이 이미 입건된 상태다. 버닝썬과 관련된 인물이 14명에 달한다. 유통에 관여한 인물은 10명 정도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적 마약 유통 의혹의 핵심에 선 이 대표의 구속이 불발되면서 마약 수사에 장애가 생겼다.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증거들이 이 대표 등 관련자들의 마약 유통 혐의를 완전하게 입증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찰은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마약을 유통했다는 20대 중국인 여성 ‘애나’도 집중 수사 중이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마약 반응 검사에 따르면 애나의 모발에서는 엑스터시와 케타민이 검출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애나는 단순 투약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유통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의 마약 수사는 단순 투약자 외에 공급자 및 중간유통자, 자금관리인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촬영과 성매매알선 등 성범죄 수사는 큰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물증과 관련자 증언, 당사자의 자백 등이 구체적으로 확보되면서다. 경찰은 가수 정준영 등 불법촬영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58대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또 정씨와 버닝썬 직원 김아무개씨 등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21일 오전 열린다. 정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경찰이 증거 등을 확보하면서 불법촬영과 관련된 수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수 승리의 원정성매매 알선 등 의혹도 그가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사실이 규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럽 관계자들과 경찰의 유착 의혹 관련 수사도 가속화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전직 경찰관 강아무개씨를 구속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가 버닝썬에 출입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경찰과 이 대표를 연결시켜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구제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승리와 유 대표 등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아무개 총경도 특정해 입건했다.

윤 총경의 계좌거래와 통신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도 신청한 상태다. 윤 총경이 승리가 차린 술집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강남경찰서에 전화해 수사과정을 물어본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또 유 대표 부부와 골프를 쳤다는 윤 총경의 부인 김아무개 경정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유착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수사 인력을 보강(4개팀 42명→6개팀 56명)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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