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는 가능하지만 2개월간 건강보험 적용 안 돼 환자가 약값 모두 부담해야···복지부 “규정대로 집행”

동아ST 사옥 전경 / 사진=동아ST
동아ST 사옥 전경 / 사진=동아ST

최근 동아ST의 리베이트 87개 품목을 대상으로 정부가 급여정지를 적용함에 따라 애꿎은 환자들 피해가 예상된다. 리베이트 품목 대상 급여정지 제도는 이미 지난해 폐지됐다. 당시 제도 폐지의 주요 사유는 환자들 피해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역시 87개 품목을 처방받아 왔던 환자들만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아ST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간염치료제인 헵세비어정 10㎎ 등 87개 품목에 대해 오는 6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2개월간 보험급여를 정지하고, 나머지 51개 품목에는 138억여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같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품목이지만 급여정지와 과징금 부과로 구분되는 것은 동일제제의 유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즉, 동일제제가 있는 품목은 급여를 정지하고, 동일제제가 없는 품목은 과징금 부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로 불리는 급여정지 제도가 이미 폐지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는 리베이트 금액 규모에 따라 해당 품목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014년 7월 2일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시행된 후 폐지됐다. 당시 제도 폐지의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 핵심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처벌하는 것이 취지인데, 엉뚱하게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잘못은 제약사가 했는데, 그로 인해 환자들이 기존 처방 받던 의약품을 처방 받지 못하니 제도에 모순이 발생했다”며 “시행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리베이트 제제라고 칭송받던 제도가 폐지된 것은 이같은 논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이번에 처분을 확정한 내용은 87개 품목에 대한 2개월간 급여정지다. 다시 말해서 2개월 동안 해당 품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단, 해당 품목을 판매할 수는 있다. 이 경우 해당 품목을 처방 받아 구매하는 환자가 약값 전체를 부담해야 한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약값 부담 외에도 기존 복용하던 품목을 중단할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줄 수 있다.

한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들은 환자들이 처방 받은 약의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고 오해한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범람하는 인터넷 정보로 인해 제약사와 약품 명을 암기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고, 내 경우에도 최근 외래 치료를 받는 의사가 교체됐는데 기존 제약사 약품 처방을 유지해달라고 새 의사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즉, 예전과 달리 처방전을 분석해 기존 제약사 처방약을 유지하길 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품목 급여정지는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처방약을 유지한다면 약값 부담은 환자에게만 요구되는 상황이다.

의사들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급여정지되는 87개 품목을 사전 정확하게 파악해 2개월 동안 처방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 이같은 전후 사정을 모르고 해당 품목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에게는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해당 제약사인 동아ST도 이번 급여정지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급여정지된 87개 품목 연간 매출액은 1500억여원대로 파악됐다. 동아ST가 공시한 지난해 잠정 매출액이 5674억6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87개 품목이 전체 매출의 1/4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이지, 실질적으로는 2개월이 지난 후 해당 품목은 처방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1개월이든 2개월이든 급여정지는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환자들과 의사들이 피해를 입고 부담을 느끼게 되는 급여정지 제도를 동아ST에 적용한 것에 대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전 의견을 수렴했을 때 급여정지에 반대한 것은 오직 동아ST밖에 없었다”며 “법제처에도 문의했지만 규정대로 하라고 해서 원칙에 따라 정책을 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아ST는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급여정지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 소장을 접수시켰다. 이에 행정법원은 같은 날 행정처분은 오는 4월 5일까지 효력이 중단된다고 인용 결정을 내렸다. 즉 복지부는 오는 4월 5일까지는 급여정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 동아ST는 오는 22일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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