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최루탄 기업의 진화···임대업까지 손뻗은 ‘삼양화학그룹’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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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하나로 재벌보다 高소득세 한영자 회장···군납 이미지 가리고 ‘종합화학업체’ 지향
안산터미널 및 공유오피스 ‘드리움’ 사세확장
삼양화학공업 등이 자리한 ‘파크빌딩’(왼쪽)과 삼양화학그룹 본사 ‘성홍타워’ / 사진=김도현 기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양화학공업 등이 자리한 ‘파크빌딩’(왼쪽)과 삼양화학그룹 본사 ‘성홍타워’ / 사진=김도현 기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독점적 최루탄 생산으로 군사정권 시절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삼양화학그룹이 변화하고 있다. 군수물품을 주로 취급했던 과거에서 탈피해 각종 화학 원료사업으로 성장한데 이어, 부동산사업으로 점차 그 사세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삼양화학그룹의 오너는 한영자 회장이다. 그녀는 최루탄 소비가 극에 달했던 1987년 유수의 재벌 회장들을 제치고 소득세 랭킹 1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1989년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하고 1993년 율곡사업비리, 2014년 방탄복 군납비리 등에 언급되기도 했다. 1990년 중반께 후계구도를 완성하고 장남 박상준 부회장과 차남 박대준 사장 등이 전면에 나선 상태다.

◇하나회 유착경영인···최루탄 대신 ‘화생방보호 장비’ 군납

한영자 회장은 1980년대 신군부와의 유착과 비호를 바탕으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연결고리는 사돈관계인 이종구 전 국방장관이 있다. 이 전 장관은 육사14기 출신으로 하나회의 주요 멤버로 활약한 신군부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발했을 당시 준장으로 육군본부 작전처장을 맡았던 그는 전두환 정권 아래서 수도방위사령관, 국군 보안사령관 등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중용돼 제27대 육군참모총장과 제28대 국방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1975년 설립 때부터 최루탄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신군부세력 집권 아래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가 삼양화학 이사로 재직했다고 알려진다. 이 같은 성장세 탓에 운동권에서는 한 회장을 두고 ‘숙청돼야 할 5적’ 중 한 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1989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회장은 “최루탄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 때부터 최루탄 생산을 중단한다. 다만 군납기업으로의 명맥은 유지했다. 국방부 주요방위산업체 64개사 목록 중에는 △삼양화학공업 △삼양컴텍 △삼양정밀화학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양화학공업은 전자광학탄, 훈련탄, 제독제 등을 취급한다. 삼양컴텍은 방탄조끼‧방탄복 및 항공기부품이 주 생산품목이며 삼양정밀화학은 화생방보호장비를 납품한다. 군납사업 중에도 각종 비리에 연루됐을 만큼 로비력이 뛰어난 업체들로 평가되는데, 장성‧장교 등 국방부 퇴직자들이 주로 가는 방위산업체 중 한 곳이다.

◇숨어버린 군납업체···삼양화학그룹 “이제 우리와 분리” 선긋기

이들 세 곳의 본사 또는 서울사무소는 서울 서초구 파크빌딩이다. 서초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며 사랑의교회와 이웃했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했다. 이곳에 군납업체가 자리한 것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다. 1층의 커피전문점을 제외하면 사옥을 알리는 간판 하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크빌딩’이란 이름마저 주소보다 작게 표기돼있다.

현재 이 빌딩의 소유주는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신탁형펀드다. 당초 삼양화학공업 소유였으나 지난 1월 신탁펀드의 수탁자인 하나은행을 인수주체로 한 펀드에 매각됐다. 현재 세 업체와 이들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제오빌더’는 파크빌딩 8층과 9층에 사무실을 둔 상태다.

이곳을 지나는 주민‧상인‧직장인 등에 따르면 매각이 이뤄진 1월 이전에도 건물 외관에는 어떤 회사가 자리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어떤 간판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오빌더는 1988년 설립됐으며 세제원료인 ‘제오라이트’를 생산해 이를 일본 등에 수출하는 업체다. 실제 삼양화학그룹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화학원료사업에 뛰어들어 사세를 키웠다.

삼양화학그룹 홈페이지에도 군납 3개 업체와 이들의 최대주주인 제오빌더 등에 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다. 삼양화학그룹 홈페이지에는 △삼양화학산업 △삼양화학실업 △성홍 △화성 등의 업체에 대한 소개만 있을 뿐이다. 다만 ‘연혁’ 가장 첫 머리에 1975년 2월 ‘삼양화학공업’을 설립했으며 2015년 삼양화학을 분리했다고만 표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양화학공업 △삼양컴텍 △삼양정밀화학 등은 최대주주가 ‘제오빌더’임을 감사보고서를 통해 표기했다. 과거엔 한영자 회장이 대표자이자 주주로 등재된 기록도 있다. 반면 제오빌더는 한 때 한 회장이 대표이사였다는 점만 기록돼 있을 뿐, 최대주주에 대해 공시한 바 없다. 기업평가업계에 따르면 한 회장의 장‧차남인 박상준 부회장과 박대준 사장 그리고 박재준 제오빌더 대표가 대주주로 알려진다.

삼양화학그룹 관계자는 “삼양화학실업과 삼양화학산업 등은 계열사가 맞으나 삼양화학공업은 더 이상 한 그룹이 아니다”고 말했다. 분리의 배경과 오너가의 지분보유내역이 없느냐는 시자저널e의 질문과 관련해선 “담당자에 기자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답변하겠다”고 말했으나 이후 연락이 없었다. 재차 통화를 시도했을 땐 “답변을 할 만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고 답했다.

삼양화학실업이 지난 2월 선보인 공유오피스 ‘드리움’ / 사진=드리움
삼양화학실업이 지난 2월 선보인 공유오피스 ‘드리움’ / 사진=드리움

◇삼양화학그룹 화학‧유통‧철강 넘어 부동산임대업체 진화

삼양화학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유통‧철강 및 IT(정보기술)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걸쳐 총 8개 계열사를 보유한 종합화학그룹’이라 스스로를 소개한다. 삼양화학실업은 한영자 회장과 박상준 부회장이 각각 99.2%, 0.8% 지분을 보유했다. 이 밖의 계열사들은 오너 일가가 직접 투자한 △성홍 △화성 등을 통해 거느린 구조다.

이곳 본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성홍타워’다. 역삼역 인근 테헤란로 대로변에 자리했으며 포스코피앤에스타워와 이웃했다. 성홍타워는 △성홍 △삼양화학산업 등이 절반 씩 출자해 2017년 5월 경매를 통해 소유했다. 감정평가액은 450억원 가량으로 책정됐는데 유찰을 거듭하다 381억원에 낙찰됐다.

그룹본사로 사용됨에도 ‘삼양’이란 사명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건물입구와 건물 관계자들만이 출입하는 주차장 연결 통로에만 표식이 돼 있다. 빌딩 3층부터 6층까진 ‘드리움’(DREAUM)이 자리했다. 박상준 부회장이 대표자로 돼 있는 삼양화학실업이 올 2월 선보인 공유오피스다. 드리움 측은 ‘임대건물이 아닌 그룹사옥에 들어섰음’을 강조한다.

‘자동차정류장사업 및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화성은 경기 안산시 안산종합자동차터미널을 소유했다. 성포동 590번지 필지 중 롯데마트‧롯데시네마 등이 입주한 건물을 제외한 터미널 등의 토지 및 건물이 화성 소유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화성은 1995년 토지를 매입한 뒤 2002년 1월 터미널증축공사를 준공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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