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하향은 세계적 추세···‘만 16세 운동’도 진행
좌파교육감이 ‘좌파이념’ 주입한다는 주장 설득력 없어
‘촛불정국’ 당시 청소년들의 적극적 행동 기억해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17일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대표 75석‧전체의석 300석 고정‧연동률 50%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고, 각 정당별로 추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촛불정국’에서 급부상했던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선거연령이 하향될 경우 미래 세대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되고, 이로 인해 정치가 젊어질 수 있다. 때문에 미국,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선거연령을 이미 만 18세로 하고 있고, 최근에는 ‘만 16세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연령 하향 추진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서 “좌파교육감들이 교육을 장악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교실에 정치가 들어가고 이념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선거연령 인하를 그대로 둘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기자를 포함한 정치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감의 대부분이 진보진영 인사들로 선출됐다는 것만으로 이른바 ‘좌파이념’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주입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학교별, 교사별, 학생별 등으로 다양한 생각들이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현재의 학교 교육이 일방적‧주입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그는 청소년들을 ‘아무 생각이 없는 존재’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정국’ 당시 청소년들은 집회에 참석해 국가를 걱정했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청소년들의 행동은 어른들을 자극했고,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이들이 없었다면 ‘촛불’은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선거연령이 하향될 경우 비교적 높은 연령층의 지지율이 높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게다가 ‘촛불정국’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정권을 무너뜨린 청소년들이 미울 수도 있다.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은 온당치 못하다. 오히려 정당이 젊은층에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욱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국가에도 정당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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