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국내 수입차 중 가장 먼저 레몬법 도입···BMW, 토요타, 닛산, 재규어랜드로바 뒤이어 적용
벤츠와 아우디·폴크스바겐 판매 많고 리콜 규모도 크면서 레몬법 도입 미뤄
레몬법 실효성 없다는 지적도···하종선 변호사 "레몬법 있어도 교환 환불 어렵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볼보코리아를 시작으로 수입차 업체들이 속속 레몬법을 도입하는 가운데 누가 마지막까지 레몬법 적용을 미룰지 관심사다. 레몬법은 결함 차량의 교환
환불을 가능케 하는 법으로, 국내 차량 소비자들의 권리를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형 레몬법’은 적용 기준이 높아 사실상 속 빈 강정과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올 1월 1일부터 새 차에서 동일 하자가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본격 시행했다. 세부적으로는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단, 주행 거리 2만㎞ 초과하는 경우 기간이 지난 것으로 간주)에 중대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2회, 일반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3회 이상 수리 후 재발 시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GM은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 모두 한국형 레몬법에 동참했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볼보코리아가 가장 먼저 레몬법을 수용했고, BMW,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토요타 등이 뒤를 이었다. 다소 늦게 레몬법 동참 의사를 밝힌 업체들은 국토부 개정안 시행에 맞춰 올 1월 출고된 차량까지 레몬법을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레몬법은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강제성이 없다. 수입차 업체들이 매매계약서에 레몬법 관련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이상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론 수입차 업체들이 얼마든지 레몬법 적용을 미룰 수 있는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선은 정부 잘못이 크다. 수입차 업체들이 법을 지키지 않거나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 페널티를 적용하거나 가혹한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차량 결함을 제작사가 아닌 소비자가 증명해야 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레몬법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몬법 도입을 미루는 업체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폴크스바겐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두 업체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총 7만798대를 팔아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시장 점유비중은 27.15%에 달한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는 벤츠였던 셈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지난해 국내서 2만7840대를 팔아 약 10%에 달하는 점유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두 업체의 리콜대수는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많다. 벤츠는 지난해 총 10만6317대를 제작 결함으로 리콜했고, 아우디‧폴크스바겐도 16만9348대를 리콜했다. 지난해 수입차 전체 리콜대수(국토부 제작결함 리콜)가 69만1486대인 점을 고려하면, 두 업체의 리콜 대수는 전체 리콜의 40%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작결함이 교환 또는 환불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제작결함으로 리콜도 많이 하는 만큼 소비자 불만도 그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며 “벤츠와 아우디‧폴크스바겐에 비판이 집중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 업체들이 레몬법 도입을 미루는 것도 문제지만, 법 자체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형 레몬법의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적용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단순 보여주기 식이다. 미국처럼 중요 부위 1회 고장 시 교환 환불이 가능토록 해야 법의 존재 의의가 있다”며 “어차피 국내서는 업체들이 소송으로 끝까지 끌고 갈 것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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