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지옥’에 빠진 제약·바이오주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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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젠, 감사 의견 거절로 상폐 위기
외감 거치며 실적 수정한 상장사도 다수 존재
"외감법 개정, 금융당국의 의지 등에 감사 더욱 깐깐해져"
거래가 정지된 케어젠의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거래가 정지된 케어젠의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HTS.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해 결산 실적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주 업종에 대한 회계 이슈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어 주목된다. 겉으론 튼실한 바이오 종목이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의 기로에 놓인 경우가 있는 한편 영업이익을 영업손실로 정정 공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과 더불어 금융당국이 나서서 투명한 회계 처리를 강조함에 따라 회계업계 분위기가 더욱 보수적으로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케어젠은 전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지난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의견거절’로 공시했다. 동시에 코스닥시장본부는 케어젠의 감사의견이 거절된 것에 대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며 오는 27일 이내에 이의 신청이 없을 경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 밝혔다. 

케어젠은 아미노산 화합물인 펩타이드 기반 화장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로 2015년 11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케어젠은 5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과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사업의 성장성에 힘입어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상단을 훌쩍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시가총액도 상장과 함께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재무제표에서도 겉으론 크게 문제될 만한 것들이 도출되진 않았다. 실제 케어젠은 지난해 매출 631억원과 영업이익 369억원, 당기순이익 2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 모두 전년 대비 각각 9.2%, 13.8%, 19.3% 증가한 것이다. 이에 덩달아 주가도 올해 1월 4일 6만4900원에서 거래가 정지되기 전 거래일인 이달 14일 7만6500원까지 17.8% 상승했다.

하지만 케어젠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케어젠의 일부 해외 매출과 매출원가의 정확성 등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케어젠의 매출은 95%가 해외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적합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매출이나 매출채권이 있다는 것이다. 

케어젠 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주들도 외부 감사에서 제동이 걸린 경우가 다수 존재했다. 줄기세포 연구·개발사인 차바이오텍은 감사 중 검토된 수익 인식 기준에 따라 기존에 공시한 지난해 연간 잠정 실적을 변경했다. 특히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흑자 전환으로 공시했던 영업이익이 17억4000만원의 영업손실로 바뀌게 됐다.

이밖에 동물 의약품 전문업체인 코미팜은 종속법인 감사보고서 수령에 따라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기존 59억원, 152억원에서 각각 62억원, 155억원으로 확대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사업을 하는 강스템바이오텍은 순손실이 기존 11억원에서 143억원으로 확대됐다. 감사 중 전환사채에 포함되어 있는 내재파생상품에 대한 회계처리 정책이 변경된 것이 원인이었다. 대웅제약은 감사 과정 중 종속회사의 무형자산 감액으로 순손실이 기존 53억원에서 154억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모습이 계속 연출되면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계 관련된 부분은 일반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쉽지 않아 갑자기 거래가 정지가 된다거나 상장이 폐지될 경우 투자자가 받는 피해가 크다”며 “최근 외감법 시행 등으로 외부 감사가 과거보다 깐깐해지고 있어 이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금융당국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재무제표 심사제도에 기존 테마감리 방식을 준용해 ‘2019년 재무제표 중점 점검 분야’를 사전 예고했다. 여기에는 ▲신수익기준서 적용의 적정성 ▲신금융상품기준 공정가치 측정의 적정성 ▲비시장성 자산평가의 적정성 ▲무형자산 인식·평가의 적정성 등 4대 회계이슈가 포함됐다. 

개정된 외감법 시행에 따라 회계업계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뀐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감법이 개정되면서 부실 감사하는 회계 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까닭이다. 개정된 외감법에 따르면 분식회계 적발 시 감사인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5~7년에서 10년 이하로 늘었다. 벌금도 5000만~7000만원에서 부당이득 1~3배 이하로 늘어났다. 회계사 상대 손해배상소송 시효도 3년에서 8년으로 연장됐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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