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여야 4당 합의 선거법은 희대의 권력 거래이자 야합이다”☞과장
②말도 안 되는 선거연령 인하를 그대로 둘 수 없다”☞거짓
③“비례대표제 폐지,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한다”☞거짓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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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뉴스’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11일 한국당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맡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20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일반적으로 정당의 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100일이 되는 시점에 첫 평가가 내려지곤 한다. 원내대표 총 임기인 1년 중 첫 분기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나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대여(對與) 강경모드’를 취하면서, 당과 보수층 결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이른바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경한 대여 투쟁 속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장자연·김학의 사건’ 등 현안들에 대해 ‘쎈 발언’들을 쏟아내면서다.

이에 대해 한국당과 한국당 지지자들은 환호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과 각 당의 지지자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 원내대표 발언의 ‘사실관계’를 두고 양측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는 나 원내대표의 여러 발언 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발언을 중심으로 진위여부를 팩트체크해봤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4당 합의 선거법은 희대의 권력 거래이자 야합이다”?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17일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대표 75석‧전체의석 300석 고정‧연동률 50%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 4당은 각 정당별 추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정안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서 “여야 4당 합의 선거법은 희대의 권력 거래이면서 야합”이라며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없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세력 대 반자유민주세력의 균형을 깨고 자유민주세력을 3분의 1로 축소시키는 좌파장기집권 플랜”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과 소수 정당들의 의석을 맞바꾼 합의안이라는 게 나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과장’이라는 게 팩트탐정소의 판단이다. 

우선 민주당의 개혁입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홍준표 한국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도 포함된 바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에 상정된다고 해서 민주당의 법안 그대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 내 심의·논의 과정을 거쳐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 법안의 세부 내용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도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권력거래’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는 수단이라는 주장도 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조사의뢰자 YTN, 조사일시 3월 11~15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6.9%에 불과하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정당들의 지지율도 각각 5.9%, 2.1% 등이다.

국회 교섭단체 기준은 의석수 20석이다. 현재의 지지율을 투표율로 단순 치환해 계산해봐도 정의당이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은 그리 많지 않아 교섭단체 기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한국당이 선거제 관련 자체안 발표를 미뤄왔고, 뒤늦게 발표된 안에서는 ‘비례대표제 폐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관련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비례대표제 확대 및 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개특위 논의에 따르기로 했고,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 내용과 정반대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고, 이에 여야 4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합의문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나 원내대표의 ‘야합’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어 보인다.

“말도 안 되는 선거연령 인하를 그대로 둘 수 없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내용 중 ‘선거연령 만 18세로 하향’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 교실에 이념과 정치가 들어간다. 현재 교육은 좌파 교육감들이 다 장악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선거연령 인하를 그대로 둘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성향 교육감은 총 17개 시도 중 3곳에서만 당선됐다. 당시 박근혜정부가 국정역사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온 상황이었고, 진보 진영의 단일화 후보 등 전략이 주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좌파 교육감 장악’과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명백히 분리해서 생각될 문제다. 또한 교육감 대부분이 진보 진영의 인사이기 때문에 학교 교실에 진보 이념이 주입될 것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입증할 수 없다.

선거연령 인하는 '말도 안 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우리나라만 선거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프랑스 등 국가에서는 선거연령을 ‘만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운동도 진행 중이다.

다른 국가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도에서는 ‘만 18세'를 성인으로 보고 있다. 결혼, 군대, 납세, 국가공무원 등의 자격연령은 모두 ‘만 18세'다. 선거에 있어서만 ‘만 18세'를 성인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인 만큼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

“비례대표제 폐지, 전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한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세계에서 독일과 뉴질랜드만 채택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자신의 SNS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세계에서 두 나라 그것도 내각제를 실행하는 나라에서 시행하는 선거제도”라며 “권력집중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윗도리는 한복, 아랫도리는 양복을 입은 것과 같은 부적합한 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OECD 소속 국가 중 24개국이 비례대표만으로 의회를 구성하고 있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병용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이다. 비례대표제 없이 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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