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 원 육박
업계도 주택보유자도 “고가주택 기준, 현실 반영해야” 한목소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각종 세금 과세지표로 활용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발표된 후 부동산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서울의 경우 중산층이 사는 평범한 아파트까지도 고가 주택으로 취급되면서 상당수 주택 소유주가 과세 대상에 포함돼서다. 주택 소유주들은 물론 업계 전문가까지도 고가주택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9억 원 이상 주택은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세금이 중과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2월 기준)은 7억8000만 원이다. 비싼 집부터 저렴한 집까지 일렬로 나열해보면 50위에 해당하는 주택가격이 8억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실제 강북 대장주로 불리는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국민평형보다도 적은 전용 59㎡(구 25평)의 시세가 12억 원을 넘어섰다. 

고가주택 기준이 현 시장과 괴리가 큰 것은 기준을 설정한 게 이미 10년도 더 지났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지난 2008년 정부는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현실을 고려해 고가주택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 이상으로 높였다. 이후 2014년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을 시작으로 서울을 넘어 전국 집값이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화폐가치는 하락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고가주택 기준은 10년 넘게 그대로 적용돼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도 암묵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공시가격 발표 당시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시세 12억 초과 고가 주택 중에서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일부 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를 높였고, 12억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시세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12억 원을 기준삼아 이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미만의 주택을 중하위 주택으로 판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금융위원회도 주택연금 가입 대상 기준을 주택 실거래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시지가 9억 원이면 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12억 원 안팎이 된다.

상당수 소유주들은 이에 맞게 각종 세금 과세 기준도 재정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의 경우 9억 원 이상 주택은 3.3%를 적용받는다. 이는 6억~9억 원 사이 집(2.2%)보다 1.1% 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실거래가 9억 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9억 원을 초과한 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외에도 중개수수료율 역시 최고 0.9%로 6억~9억 원 미만 가격 주택이 최고 0.5%인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전세난에 지쳐 중소형 아파트를 대출받아 샀는데, 왜 강남 부자들과 같은 취급을 하며 과도한 세금을 매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도 9억 원 이상은 고가주택이라는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만큼 개정하고 세금 요율 산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설정했던 9억 원이라는 기준이 10년 넘게 적용돼오고 있는데 그 사이 주택가격은 많이 올라 현실과 격차가 크다”며 “고가주택의 개념과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조사업체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선 지방세인 취등록세 부담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매도자 입장에선 국세인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주택 거래가 비활성화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정부의 세수도 줄어든다”며 “고가주택 기준과 세율구조를 현실을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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