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대 주주 국민연금,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안에 손 들어줘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가 현대차 지지하는 것도 긍정적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오는 22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표대결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잇따라 현대차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현대차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현대차 백기사를 자처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현대차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모비스를 지배기업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는데, 정부 지원사격에 힘입어 올해는 개편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7일 김상조 공정위장은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대차와 삼성을 비교하며 현대차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는 자신의 시각보다는 사외이사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제안했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 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도 엘리엇의 공격을 받는 현대차를 지원사격 했다. 지난 14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계획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엘리엇은 모비스 보통주 1주 당 2만6399원, 현대차 보통주 1주 당 2만1976원 등 총 7조원에 달하는 배당을 요구했다.

정부가 현대차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현대차는 오는 22일 주총에서 펼쳐질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이번 주총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앞으로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8.7%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표대결이 펼쳐지면 현대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엘리엇의 지분은 3.0%에 그쳐 국민연금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무엇보다 일부 해외 자문사들이 현대차 손을 들어준 것이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를 지배기업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데는 해외 자문사들이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했지만,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 3명 윤치원, 유진 오, 이상승 등 세 명의 후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현대차가 앞으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현대차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현대차 우군을 자처한 것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가 어떤 개편안을 내놓을지는 모르지만 지난해와 크게 바뀌는 점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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