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차별 금지 및 처벌 규정에도 제재 사례는 ‘0건’
카드사 관계자 “금융위, 여전법 준수 대신 사태 방관해”
“협상인지 압박인지 판가름할 기준 모호해”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벌 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벌 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에 대한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부당 요구 실태점검에 나선다. 그간 사문화된 법으로 지적받은 여신전문금융법 18조가 실효성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후속 실태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이용 고객에게 마케팅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제공하는 자동차·유통·통신사·항공사 등 대형가맹점들이 막대한 취급액 규모로 카드사를 압박해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 않았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최근 마무리된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현대차의 요구안을 수용하면서 사실상 대형가맹점에 투항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원인을 제공해놓고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내놓은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이번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율 갈등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작년 11월 금융위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하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전제로 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그런데 금융위는 늑장을 부리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지금껏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18조를 허울뿐인 법으로 전락시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법 제18조의3(가맹점수수료율의 차별금지 등)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요구해선 안 된다.

또한 제18조의4(가맹점수수료율의 조정요구 등)를 살펴보면 금융위원회는 대형가맹점이 제18조3을 위반할 경우 이를 조정하도록 요구하거나 관계 기관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위의 수수료율 조정 역할이 법령에 명시된 것이다.

이에 지난 13일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여전법에 의하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여전법을 준수하고 지켜야 할 금융위가 사태를 방관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이나 제재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김남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자신들이 개입하기보단 시장 당사자들 간 협상을 통해 원활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여전법 18조가 대형가맹점의 부당한 압박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어떤 게 협상이고 어떤 게 부당한 압박인지 판가름할 기준이 모호해 금융위가 직접적 조정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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