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미대화 재개 위해 ‘중재자’ 역할 강조···정부 여러 채널 통해 북미와 대화 시도할 듯
전문가들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 커”···“문 대통령 직접 미국 찾아 한미정상회담 열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세안 3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중재·촉진’ 역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대화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고, 북미 양국이 문 대통령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머릿속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어떤 행보로 대화 동력을 찾을지 관심이 모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로 귀국한 후 늦은 오후 북미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우선 최 부상 발언 이후 북미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 역시 북미 입장 확인 후 대응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미국은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부터 영변 폐기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하면서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하노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시 미국의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부분 완화 방침을 고수하며 북미 모두 팽팽한 기싸움을 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북미 협상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성을 거론하며 “지난 3주간은 문 대통령의 임기에서 가장 험난한 시기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라며 “문 대통령은 중재자(arbit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한 점을 언급하고 “문 대통령의 노력이 북한에서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WP는 “문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초청으로 교착국면 돌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양국 모두 협상 의지는 여전하다. 북미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대내외 매체를 통해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국무부에서 최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 협상을 계속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북한은) 향후 협상을 이어나갈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판단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최 부상의 발언은 ‘북미 지도자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만간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지만, 두 정상 간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도 “어떤 상황에서도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남북 대화를 통해 직접 북한의 입장을 듣고 설득하며 절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물밑 대화를 통해 남북미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앞세워 대북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북 정상의 신뢰관계가 다소 경직돼 ‘톱다운(Top down·정상회담에서 시작해 하부 회담으로 내려가는 것) 외교’가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이에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이견차를 해소하기 위해 열린 5·26 판문점 회담과 같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도 최근 업무보고에서 “남북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방향을 마련하고, 핵심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며 “지금 경제지표도, 전망도 좋지 않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지지도도 하락한 만큼 한반도 평화 동력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차 평론가는 “아마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회담 1주년을 앞두고 대북특사를 파견할 생각도 있고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며 “문 대통령은 4월, 어떻게는 행동으로 적극 중재역을 펼치며 북미대화를 이끌어나가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크고 대화 동력을 찾을 생각이 클 것”이라며 “사실상 북미대화가 최초 입장으로 회귀한 상황이라 중재역할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화 동력을 유지하며 북미 사이에서 조속한 대화 재개가 이뤄지도록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특사를 파견하며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이 크고, 문 대통령이 직접 미국에 찾아 정상회담할 가능성도 있다”며 “진전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것 같지는 않은데,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일부 진전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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