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보낸 행위 외 추가적 종용 증거 있어야 ‘강요죄’ 적용 가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끌어 모으기 위한 표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대한항공 측은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주주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봤을 땐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해 재계에서 벌어지는 주총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이다. 전반적으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 경영권을 지키려는 오너일가 및 회사 측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대결이 되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확실한 승리를 위해 표가 아쉬운 상황이라 의결권 수집에 나서고 있어 소액주주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항공은 급기야 직원들에게까지 이메일을 보내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메일 내용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의결권 방어를 위해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전반적 내용을 보면 강요가 아닌 ‘부탁조’의 톤을 유지하려 했고 ‘부탁한다’는 표현도 쓰였다. 다만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이 같은 행위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직원들로 하여금 일종의 위임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이 돼 강요죄 적용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허나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법적으로만 놓고 보면 메일을 보낸 행위만으로는 강요죄 성립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단지 회사와 직원의 상하 관계만 놓고 메일을 보낸 행위 자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다만 해당 이메일 외 구체적인 압박행위가 추가적으로 드러나면 강요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요죄는 폭행 및 협박 등을 통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다. 만일 해당 이메일 외 팀장급 인사가 직원에게 협조를 종용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강요죄 적용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한편 시민단체에서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법적 대응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일가에 맞서 의결권 모으기에 나선 참여연대 관계자는 “의결권 위임 요청 이메일 외 더욱 확실한 근거를 파악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참여연대는 법적 대응의 주체가 아닌 조력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양호 회장 측과 국민연금, 강성부펀드(KCGI)의 주총 전 신경전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공개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및 한진칼 이사 선임 안건 등과 관련해 주총 전 의결권 행사방향을 공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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