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2012년 29만명에서 지난해 41만명으로 늘어···우리나라 전체 경제 활력 하락 우려
올해 대·중소기업 신입 채용 감소···청년층 취업·실업난 심화 근본 대책 필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내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공정한 직업인 공무원을 좇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내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공정한 직업인 공무원을 좇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내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을 좇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 공무원 사상 최대 인원을 뽑는다고 밝히면서 대다수의 청년이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장기 취업준비생들과 청년 실업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체 경제 활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19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34만6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26만3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취업자 수인 33만4000명에 이어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한 수치다. 고용률도 59.4%를 보이며 비교적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취업자 수 증감에는 노인일자리 사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정부가 노인들을 상대로 추진한 공공기관 중심 단기 일자리 대책 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다. 이에 취업 준비생들은 여전히 취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청년 취업난 장기화 지속…공무원 시험 준비생 ‘41만명’에 달해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은 24.4%로 1.6%p 상승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취업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민간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채용 트렌드도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어 청년층의 취업난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중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계획을 세우지 않은 곳은 46%로 절반에 가깝다. 또 지난해 수준으로 채용하겠다는 곳은 30% 미만이고, 지난해보다 축소하겠다는 곳은 12.8%였다.

시험 유형별 시험 준비자 수 추이. /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험 유형별 시험 준비자 수 추이. /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처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회 전반에서 공시족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심각한 취업난에 공무원 시험으로 눈길을 돌리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공시생은 2012년 29만 명에서 지난해 41만 명으로 12만 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6.0%에 달했다. 민간기업 시험 준비자 증가율 2.4%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공약한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과도 맞물린다. 공무원 채용 인원이 사상 최대로 늘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다.

일단 취업 준비생들은 정부의 공무원 증원을 반기는 분위기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박아무개씨(23)는 “지방 대학교 출신이여서 대기업 채용이나 중견기업 신입 채용에서 다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기업 신입 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 대폭 증가는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공무원 시험은 조건 등을 보지 않고 시험으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백아무개씨(24)는 “대학교 입학할 때 목표가 졸업 전 기업 입사였다. 학교 다니면서 외국어 및 국가 자격증을 다 취득하고 학점도 4.0 이상으로 맞춰놨는데 대기업 공채에서 다 떨어지면서 자신감을 다 잃었다”며 “같은 과 친구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을 보고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청년 공무원 시험에 집중…“국내 경제 부정적 영향 초래”

문제는 한창 일할 시기인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대거 몰리면서 국가 경제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7년 4월에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족 증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1조 원 이상이다. 이는 청년 공시족 40만 명이 경제활동으로 거둘 수 있는 생산효과 15조 원과 이들의 가계 소비 지출액 6조 원이 포함된 수치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 외에도 우수 인재의 ‘공시족화’에 따른 사회 전반에 끼치는 손실은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 측 입장이다.

오준범 선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청년층이 비경제활동으로 포함되면서 생산과 소비에서 큰 규모의 경제적 기회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은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 부분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신규 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가 크지 않아 공무원 쏠림 현상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같은 스타트업 강국은 창업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 성공 확률이 높고 사회 안전망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창업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청년들도 많다.

국가 공무원 인건비 추이. /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가 공무원 인건비 추이. /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각에서는 국가부채가 점차 늘고 있는 데는 공무원 연금 충당부채 문제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면서 작년 추경부터 예산에 반영했다. 이에 국회예산처는 정부의 로드맵대로 공무원을 증원하면 국민세금이 329조(30년 근속) 넘게 들 것으로 예상했다. 공무원 1인당 인건비가 17억3000만원씩 들어가고 여기에 연금까지 포함하면 인건비는 총 350조 원을 상회한다.

또 통계청이 지난달 1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평균근속기간은 15.2년, 민간 기업은 4년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공무원 지속일자리는 93.7%를 차지했다. 지속일자리란 1년 이상 동일한 사람이 일자리를 점유한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무원 증가로 일자리를 증원시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가 노동 유연화, 고용 지원, 민간 기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민간 기업에 대한 일자리 창출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공무원 시험이 청년들의 희망고문이 된다는 점”이라며 “공무원 급여 수준이 대·중소기업에 90%가 되고 정년이 보장되니까 청년들이 선호하는 건데 6만명을 뽑아도 그만큼 공시생이 늘고, 합격률도 2% 정도다보니 희망고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가부채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무원 급여가 좋은 데 이 금액을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이 공무원들이 은퇴할 때까지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많은 금액이 필요할 건데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문제”라며 “공공부문 증원이 일자리 대책으로 효율적인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안전분야, 보건업 분야 공무원을 증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말고 민간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기업들이 고용 상황을 개선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기업과 같이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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