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과 군산조선소 재개 두고 ‘모종의 딜’ 의혹
노조 “재벌특혜” 주장···전문가 “시기 면에서 아쉬운 결정”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가 현대중공업그룹과 KDB산업은행 간 본 계약을 시작으로 본격 궤도에 오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1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축적된 기술력을 민간자본이자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에 이양하는 것이 재벌에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노조의 주장과 더불어, 매각 과정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매각주체인 산업은행과 인수주체 현대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문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전까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재개한다는 이면합의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7월 가동 중단된 군산조선소는 과거 한국GM 군산공장과 더불어 지역경제의 양대 축으로 군림했다.

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진 채 조선소 문이 굳게 닫히고 설상가상 한국GM마저 철수를 결정하며 군산지역 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소문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에서 군산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현대중공업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공통적으로 “황당하다. 소문일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극소수의 그룹 수뇌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들만이 입회한 가운데 협상이 이뤄지며 현재까지 이행 의지를 담은 본 계약만이 체결됐을 뿐”이라며 “세세한 계약내용은 서로가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호실사가 선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조선소 내에서도 3개 도크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군산조선소 가동을 재개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면서 “불가피한 가동중단에 따른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마이너스 요소임엔 분명하지만 어설픈 가동으로 더 큰 피해를 초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현재 수주상황으로선 군산조선소 가동 재개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군산조선소가 문을 열 경우 소문이 사실임을 방증할 수 있는 정황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소문이 대두된 까닭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독과점 논란이 대두될 것을 알면서도 인수협상을 진행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측에 의구심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우리 조선 산업의 성장‧발전을 주도한 현대중공업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인수 이유로 들었으나, 일반 기업이 단순 사명감만 가지고 인수하려 하겠느냐”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중국·EU 등 경쟁국가의 결합심사도 통과해야 하며 WTO 제소 등 각종 견제에 시달릴 것을 알면서 인수를 강행한 저의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다소 아쉽다”면서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76척 중 66척을 우리 조선사들이 수주했을 정도로 우리 조선업계가 이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데 대우조선해양 역시 그 중 하나”라며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인해 점차 그 수요가 느는 추세기에 대우조선해양의 회복이 머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민영화의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홍성인 선임연구원도 이번 대우조선해양 민영화가 다소 이르다는데 동의했다. 그는 이번 합병이 현대중공업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홍 선임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경쟁자였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된 현대중공업은 경쟁자가 사라지게 돼 수주가 용이해 질 것”이라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선점하게 돼 선주와의 협상 등에도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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