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층·최고가·최초 비치프론트 흥행요소 불구 웃돈 형성 실패
실거주 목적보단 투자재라는 태생적 한계 탓 경기 민감도 커
전문가 "입지 우수한만큼 상승 여지는 있어"

올해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 분양권 거래현황 / 자료=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올해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 분양권 거래현황 / 자료=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는 면했다.’

각종 화려한 수식어로 아파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분양권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주가 약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 들어 거래된 분양권은 총 다섯 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웃돈이 전혀 안 붙은 상태에서 분양가 수준에 매매가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와 해당 사업장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 분양권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총 다섯 건 계약됐다. 전용면적 144㎡(구 58평형)이 두 건, 161㎡(구 66평형)이 세 건이다. 공통점은 다섯 건 모두 분양권에 웃돈이 붙지 않은 채 분양가 수준에서 손바뀜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와 주변부지 6만5934㎡에 101층( 411m) 랜드마크 타워 1개동, 주거 타워 2개동(아파트 882가구)과 상업시설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분양할 당시인 지난 2015년 10월에는 분양가 68억 원(펜트하우스 기준), 85층, 비치프론트라는 점에서 최고가, 최고층, 국내 최초 해안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판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해운대관광특구라는 입지적 특징에 따라▲해당지역 거주자 우선공급제 미적용 ▲모든 가구가 85㎡를 초과해 청약가점제 미적용 ▲100% 추첨제 진행 등이 이루어지며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가 몰려들었고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당첨되는 즉시 수억 원 웃돈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은 갈수록 커졌다. 그러나 지금 해운대 엘시티 더샵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 시장이 엘시티에 등 돌린 데에는 태생적 한계가 크다고 분석한다. 각종 수식어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했지만 실거주지로서의 흥행 요소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근엔 주거단지는 없고 파라다이스호텔, 노보텔엠버서더, 토요코인호텔, 해운대리조텔 등 숙박시설만 줄지어 있다.

백사장 앞에 아파트가 있어 여가나 취미 생활을 즐기기에는 용이하지만 관광객이 북적이는 만큼 주거 만족도도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아파트가 휴양지에 생기다 보니 엘시티 더샵 단지 내 상가에는 카지노, 워터파크, 명품샵 등이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을 위한 일상 편의시설이 아니라 철저히 관광객 타깃의 점포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주택경기를 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아파트의 인기가 사그라든 까닭은 필수재가 아닌 세컨드 개념의 투자재이기 때문이다. 선택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해당 아파트는 일반 주택수요층이 유입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게다가 일반 주거형 상품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해당 사업장 입지가 우수한 만큼 추후 상승여력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최초의 비치프론트이기 때문에 조망권이 우수하고 희소가치를 갖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해당 사업장 인근의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엘시티는 모두 50평형 이상의 대형 평형으로 구성돼있다.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정도 거래면 선방한 것이다. 일과 개인의 취미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이른바 워라벨 열풍으로 주택경기만 좋아지면 이곳 인기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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