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대 언론 엘 파이스 보도···북미회담 앞두고 ‘김혁철 정보’ 노린 듯
“현지 경찰, CCTV 분석 확인”···CIA, 의혹 부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해간 사건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연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과 스페인 국가정보국(CNI) 소식통은 “마드리드 외곽의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지난달 22일 침입한 괴한 10명 가운데 최소 2명의 신원이 CCTV 분석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은 미국 CIA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CIA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CIA의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CIA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스페인과 미국 정부 간 외교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스페인 당국에 허가를 요청하거나 알리지 않고 스페인 땅에서 작전을 폈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외교 사절단을 보호하는 국제 규약을 위반하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한 사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 5일 전인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엘 파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가짜 무기를 소지한 복면 남성 10명이 북한대사관에 침입, 대사관 내에 있던 공관 직원들을 구타하고 심문했다.

이후 한 여성 직원이 대사관 2층 창문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이웃에 도움을 요청,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관들이 대사관에 들어가려 하자 한 남성이 문을 열고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몇 분 후 외교 공관 차량 두 대가 대사관을 빠져나갔으며 이 차량은 근처 거리에 버려졌다.

경찰은 북한대사관 내에서 두 시간 동안 인질로 잡혀있던 공관 직원 8명을 찾아냈다. 이들은 발견 당시 머리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있었으며 구타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었다.

스페인 당국은 이 사건이 단순 강도일 가능성은 배제하고 수사하고 있다. 괴한들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만 가져갔고 자신들이 찾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수사 소식통은 “이번 사건이 군사 조직에 의해 행해진 것처럼 완벽하게 사전에 기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IA가 연루됐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괴한들이 북미 핵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에 관한 정보를 노리고 대사관에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은 김 특별대표가 2017년 9월까지 대사로 재직하던 공관이다. 스페인 정부는 당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로 김혁철을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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