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착공 전무···최대 10단계 거쳐야 착공 가능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입주한지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500만 가구다. 이는 전체 아파트의 50%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700만 가구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대량으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본격적인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당시 지어진 분당·일산 일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녹물과 주차난, 층간소음, 슬럼화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각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모델링은 주요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수평이나 수직으로 아파트를 넓히고 새로운 성능을 추가할 수 있는 사업이다.

리모델링은 사업 충족 연한이 15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은 편이다. 또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지어진 탓에 재건축의 수익성이 적은 단지들이 많이 선택한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가구수를 최대 15%까지 늘려 일반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 연면적은 최대 30%, 사업 방식에 따라 층수도 3층까지 늘리는 게 가능하다.

지자체에서도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서울시가 중구, 구로구, 송파구, 강동구 등의 4개 자치구에 7개 단지를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해 ‘서울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도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추가로 선정해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조합설립인가 기준)는 22개 단지에 이른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지난 2014년 서울 청담동 ‘청담 아이파크’(청담청구 리모델링)을 이후로 착공이나 준공을 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리모델링 사업이 더딘 이유는 재건축과 맞먹는 절차 때문이다.

현행법상 3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계획승인 대상으로 분류된다. 사업계획 승인대상 단지는 상황에 따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경관법’에 따른 경관심의, 교통영향평가, 각종 인증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5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도시계획 심의까지 추가된다.

실제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 설립→안전진단(1차)→안전성 검토(1차)→건축심의→교통영향평가 심의→경관 심의→도시계획 심의→안전성 검토(2차)→사업계획 승인→이주 및 철거→안전진단(2차)’를 거쳐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짓기도 전에 10단계나 거쳐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의 최대 장점은 행정이 단순해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가 재건축과 다를 바 없는데다가 2번의 안전 진단, 2번의 안전성 검토까지 더해져서 절차가 더 복잡졌다. 일부 단지에서는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노후화되고 있는 모든 공동주택을 재건축으로만 해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자금·세제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2014년 ‘주택법’ 개정 후 수직증축·세대수 증가 등이 허용됐음에도 리모델링이 전무하다는 점은 정부가 규제로만 일관한 탓이 크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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