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노조 “금융위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 야기해”
현대차-카드사 수수료율 협상 과정서 금융위가 합의 종용 의혹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희진 기자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희진 기자

현대차그룹의 계약해지 통보로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알력 다툼에서 사실상 카드사가 백기를 든 가운데 카드노조는 “금융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3일 오후 2시 카드산업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은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현대기아차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지난 4일 현대차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10일부터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갈등을 격화시켰다. 이후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재조정해 현대차와 협상에 타결했지만 삼성·롯데카드는 여전히 현대차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역시 현대차의 조정안 수용을 통보하면서 사실상 카드업계가 대형가맹점에 투항한 모양새다.

금융공투본은 여신전문금융법 제18조의3(가맹점수수료율의 차별금지 등) 조항을 들어 현대기아차를 비판했다. 해당 법규는 제4항에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여신전문금융법에 의하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제19조에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금융위가 이를 조정 및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조항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법을 준수하고 지켜야 할 금융위가 사태를 방관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공투본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이번 카드수수료 갈등을 촉발시켰음에도 금융당국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며칠간 몇몇 카드사들의 항복 선언이 이어졌다”며 “그 이면에는 잘못된 일을 올바르게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금융위가 늑장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가 저지른 불은 자기가 꺼야 하지 않나. 작년 11월 금융위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이번 사태에 불을 질러놓고는 정작 불은 우리 카드노동자에게 끄라며 해결을 미루고 있다”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카드사의 구조조정으로만 해결하려는 금융당국의 인식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 이면에 카드사를 상대로 한 금융위의 물밑 작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는 현대차가 가맹점 해지 등을 무기로 카드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맞서고 있는 카드사에게 현 수준에서의 원활한 협상을 종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 역시 “신한·삼성·롯데 3사가 버티다가 합의를 하게 됐는데 합의 내용이 기존 회사보다 진일보한 내용도 아니고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를 했다. 그 물밑에는 금융당국의 합의 종용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확한 소스를 밝힐 수는 없지만 충분히 그런 정황과 얘기가 노조 측에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통신, 항공, 호텔, 대형할인점 등과의 협상에서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법과 제도를 어기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에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재벌가맹점의 갑질을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강력한 처벌 및 양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예정된 통신, 유통, 항공 등 대기업들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이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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