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초음파 지문인식 무색
전문가 “아직은 시기상조”
삼성전자, 상담원에 지문인식 불만 대응 교육 시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손이 너무 건조하면 ‘호’ 불어서 다시 지문을 인식시켜 보세요.”
삼성전자 갤럭시S10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자 삼성전자 고객센터에서 돌아온 답변이었다.

삼성전자가 이달 정식 출시한 갤럭시S10 시리즈의 지문 인식 실패가 잦다는 불만이 나온다. 갤럭시S10e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초음파식 지문 인식센서가 아닌 측면 지문인식을 택해서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갤럭시S10과 갤럭시S10 플러스는 처음으로 일체형 초음파식 지문 인식센서를 사용했다. 새로 들어간 기능인데 상황에 따라 지문을 잘 인식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사전 예약으로 갤럭시S10 플러스를 구입한 정아무개씨(여‧30)는 “전에 쓰던 갤럭시S7보다 지문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문 등록을 잘못했나 싶어서 지문을 몇 번 등록했는지 모른다”며 “원래는 쓱 갖다 대기만 하면 지문이 인식됐다면 이번에는 엄지손가락 하나를 4번이나 등록했는데도 인식률이 별로다”라고 말했다.

또 “지문 인식 센서 위치 찾는데도 애를 먹는다”며 “화면이 꺼져있을 때 지문으로 폰을 켜면서 잠금도 풀고 싶은데 일정 위치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번 만에 되면 성공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특히 물이 묻었을 때 지문 인식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백아무개씨(여‧29)도 갤럭시S10 플러스의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으로 지문인식을 꼽았다. 갤럭시S10을 사용하고 있는 민아무개씨(여‧34)씨 역시 “한 번에 지문인식이 잘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S10과 S10플러스에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 지문 스캐너가 디스플레이에 내장됐다. 이 스캐너는 지문의 굴곡을 인식하기 때문에 지문 위조 위험성이 낮고 편리하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전문 커뮤니티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등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10의 지문인식 문제를 언급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갤럭시 체험존에서도 관련 문의가 많아 한 직원은 정 가운데가 아닌 왼쪽으로 치우쳐서 지문을 인식하고, 지문 등록 시 여러 번 등록하라고 조언했다. 외신들도 이런 문제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사용자들은 문제 제기를 넘어 지문 인식률을 높이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적당한 길이로 누르기, 꾹 누르지 않기, 물티슈를 손에 조금 묻힌 뒤에 지문을 등록하기, 기본 필름 사용하기, 한 손가락 4번 등록하기, 새로운 필름을 붙였다면 전에 사용하던 지문을 삭제하고 새로 지문 등록하기 등이다.

세계 최초의 신기술이지만 사용자들이 인식을 위해 찾는 방법은 신기술과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을 잠갔다가 푸는 이용자들에게 꽤나 불편한 일이다.

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초음파 지문인식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광학식 지문인식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때가 있고 제약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변 교수팀은 박장웅 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에 활용할 용도로 지문‧온도‧압력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투명 센서를 개발했다. 이들은 정전용량방식 지문 인식을 연구해 기존 지문 센서보다 민감도가 17배가량 높고 위조지문을 걸러내는 기능까지 갖춘 투명 센서를 개발했지만 유리가 조금만 두꺼워져도 인식이 잘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어 아직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변 교수는 “디스플레이에 센서를 넣는 것은 꽤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기존 지문인식 센서는 색이 있기 때문에 정밀한 유색의 센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투명한 센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며 “초음파 방식이든 정전 방식이든 센서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약이 커서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공지능(AI)과 접목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면 갤럭시S10의 지문인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고객 불만사항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측은 고객센터 상담원들에게 ‘지문 인식’ 불만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교육시켰다.

상담원은 “손이 건조한 경우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손에 입김을 불어 수분을 보충할 것을 제안했다. 만약 손이 건조하지 않는데도 지문 인식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단말기에 지문 인식 민감도를 조정하는 부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제품을 점검받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것을 주문했다. 향후 지문인식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갤럭시 S10의 제품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용자 환경에 따라 일부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은 사용성 제공을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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