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준비 비율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세···공기업·민간기업 보다도 압도적
文대통령 ‘공무원 17만4000명 채용’ 공약에 ‘공무원 쏠림 현상’ 커져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에 관심 증가···고등학생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도 많아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17만4000명 채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20~30대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17만4000명 채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20~30대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20~30대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가직 공무원 1만4000명, 지방직 공무원 3만3060명을 신규 채용키로 하면서 직업 안정성을 좇는 이른바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 준비생)’ 열풍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취업 관련 시험 준비생 105만 명 중 41만 명(38.8%)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에 따라 향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원은 큰 폭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올해 국가직 공무원 1만4000명, 지방직 공무원 3만306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인데, 여기에 공공기관, 공기업 관련 신규 채용을 더한 인원은 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전체 공무원 수 및 지방 공무원 신규 선발 현황. / 자료=기획재정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2019년 전체 공무원 수 및 지방 공무원 신규 선발 현황. / 자료=기획재정부, 표=이다인 디자이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6%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공기업(연평균 3.9% 증가) ▲민간기업(연평균 2.4% 증가) ▲자격증 및 기타 시험(연평균 3.6% 감소) 보다 압도적이다. 특히 청년층(20~24세)도 공무원 시험 준비자(15만9000명, 35.4%)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해 ‘공무원’이 인기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기업 시험 준비생도 연평균 3.9%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증가율은 2.4%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으로 민간 기업의 고용 위축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인 공무원과 공기업 채용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족 연평균 6%씩 상승…공무원 시험 준비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

13일 기자가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골목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공책, 문제집 등을 쥐고 바쁜 걸음으로 수업을 듣기 위해 학원으로 향했다.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길거리에 공무원 준비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길거리에 공무원 준비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취업준비생 박아무개씨(27)는 “이미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얼마 지나고 퇴사하거나 이직을 고민한다”며 “힘들게 준비해서 들어갔는데도 본인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에 들어가도 근속연수가 짧다. 공무원은 정년도 보장되면서 안정적이여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아무개씨(25)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대기업, 민간기업 취업하는 것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며 “안정적인 직업이어서 좋은 것 같다. 합격만 하면 취업 스트레스는 평생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는 고등학생들도 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2018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직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18~19세 인원은 ▲2014년 2631명 ▲2015년 2153명 ▲2016년 3156명 ▲2017년 3202명 ▲2018년 2213명이다. 2018년 국가직 공무원 지원이 줄어든 것은 ‘지역 가산점’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졸 지원자에게 유리한 지방직 공무원에 응시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연 평균 50:1에 달한다.

2019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선발 예정 인원 및 최근 5년간 국가직 9급 공무원 지원 인원 10대 비율. / 자료=인사혁신처,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2019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선발 예정 인원 및 최근 5년간 국가직 9급 공무원 지원 인원 10대 비율. / 자료=인사혁신처,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이아무개군(19)은 “작년 수능을 앞두고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며 “부모님은 대학 진학을 바라시는 것 같지만 대학생들도 공무원 시험을 오랜 기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차라리 빨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학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 대학생, 고등학생들 덕에 인터넷 강의 이용률도 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공무원학원 관계자는 “요즘 인터넷 강의를 상담하고 결제하는 학생들은 점점 늘고 있다”며 “학원 오고가는 시간에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있고 학업과 병행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고등학생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등학교 방학이나 수능이 끝날 시점에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을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라며 “고졸 공무원의 경우 재직하다가 대학 진학하는 방법도 있어서 일찍부터 공무원 시험을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학원. / 사진=한다원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학원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전문가들 “사회 이중구조로 학생들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쏠려”

전문가들은 공무원 준비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고용 불안’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공무원 시험 과목과 수능 과목이 다수 겹치기 때문에 공무원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사회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마주치게 된다. 대기업, 중견기업 등으로 정규직 사원이 되거나 의사, 공무원 등 전문직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구조가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으로 쏠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우리 사회는 다른 해외 국가와 다르게 청년들의 도전 발판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부족하다”며 “예를 들어 창업, 벤처 사업 등을 시작했다가 실패했더라도 국가가 어느 정도 자금 등을 도와주는 구조가 없다. 그러다보니 창업, 벤처 사업 도전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닌데, 사회 구조상 창업 등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게 됐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몰리는 것도 있다”며 “현 정부는 국내 공무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그 보다 청년들이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창업 등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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