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확대에 의결권 자문사 의견 중요도 높아져
표대결 첨예한 주총서 의결권 자문사 의견 변수 작용할 듯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에 따라 기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토대가 마련됐는데,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안 분석이 이들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표대결이 첨예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총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에 대응해 주당 2만원이 넘는 고배당과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까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대부분 자문사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금배당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과도한 배당은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글래스루이스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현대차 측 제안에 손을 들어줬지만 ISS와 서스틴베스트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언론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경우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상당 부분 반영해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현대차의 사외이사 선임 등은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배당안과 관련해선 큰 이변없이 현대자동차 측의 주당 3000원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진그룹과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싸움에서도 의결권 자문사의 목소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CGI는 지난해 지분 매입으로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한진칼 측에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선 한진칼의 대주주 지분이 ‘3%룰’(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토록 제한한 규정)에 묶여 주총 표대결 결과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우호 지분을 얼만큼 확보하느냐가 양 측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은 큰 힘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한진칼이 주총 안건을 공시하는 대로 의안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이 펼쳐지는 상황들이 다양하게 연출되면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과의 표싸움이 벌어질 현대홈쇼핑, 한솔홀딩스, 무학, 강남제비스코, KISCO홀딩스 등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안건 분석이 주목된다.

이처럼 주총에서 의결권 자문사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에는 2016년 말부터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가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들은 과거 주총 거수기에서 벗어나 주주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투자한 회사들이 많다보니 의안 분석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기관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안 분석 서비스를 받으면서 의결권 행사 권고안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기관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자칫 기업의 편을 들었다든지와 같은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의결권 자문사 권고안을 통하면 이를 어느정도 피할 수 있다”며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성이나 공정성이 문제로 부각되기는 하지만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따라 의결권 자문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의결권 자문에 나서는 자문사로는 ISS, 글래스루이스 등 외국계 자문사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토종 자문사 등이 있다. 이제 막 개화한 국내 의결권 자문 시장 규모는 연간 10억~2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 CI=각사.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 CI=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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