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절치부심 끝에 9년 만에 새 레귤러맥주 '테라(TERRA)' 출시···“카스 밀어내는 대표 국산 맥주로 육성”
'청정라거'로 브랜딩해 카스·하이트·피츠 등 기존 국산 맥주와 결별 선언
21일 첫 출시···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 도수는 4.6%

테라는 이렇게 생겼다. 세계맥주집에서 만나볼 법하다. 그만큼 이국적이다. 바틀의 목 부분에 토네이도 모양의 주름이 있다. 매끈한 기존 맥주들과는 다른 지점이다. /사진=하이트진로
테라는 이렇게 생겼다. 세계맥주집에서 만나볼 법하다. 그만큼 이국적이다. 바틀의 목 부분에 토네이도 모양의 주름이 있다. 매끈한 기존 맥주들과는 다른 외형이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라거 맥주 ‘테라(TERRA)’가 공개됐다. 테라는 국산 카스·하이트와 같은 급의 레귤러 맥주다. 하이트진로의 꿈은 전국 고깃집 곳곳에서 테라를 마시도록 하는 것, 그래서 테라가 카스를 밀어내고 국산 맥주의 대표 브랜드로 크는 것이다. 모델도 공유로 정했다. 수입·국산맥주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위기의식이 테라를 만든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국산맥주=밍밍하고 맛없는 소맥용'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절치부심한 듯하다. 맥주 사업 위기 타개 콘셉트는 '안과 밖 모두를 바꾸자'였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주질을 위해 호주 골든트라이앵글(AGT: Australian Golden Triangle)의 맥아를 100% 사용해 원료부터 차별화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호주 내에서도 깨끗한 공기, 풍부한 수자원, 보리 생육에 최적의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유명하고, 비옥한 검은 토양(Black Soil)이 특징이다. 이 덕에 테라 앞에는 '청정라거' 라는 수식이 붙는다.

◇이번에도 소맥용?··· 하이트진로 "아니다" 

시음의 첫 감상은 '하이트, 카스와는 확실히 맛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이트와 카스와 피츠를 눈감고는 잘 구분하지 못하는 맥알못(맥주를 잘 알지 못함) 기자가 느낀 가장 두드러지는 첫 맛은 '시다'였다. 이를 두고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선한 맥아로 만든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이라고 설명했다. 술집과 같은 일반 유흥채널에서 소맥용으로 소비되는 국산맥주보다는 확실히 각이 선 맛이었다. 주질의 자신감 때문일까, 하이트진로에서도 테라로 아직 소맥을 말아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맥주 맛으로만 승부보겠다는 것이다. 

잔에 따르면 이렇게 된다. /사진=박견혜 기자
잔에 따르면 이렇다. /사진=박견혜 기자

바깥도 바꿨다. 외관을 언뜻 보면 수입 맥주인가 싶다. 큼직한 역삼각형 안에 영문으로 쓰인 ‘TERRA’가 이국적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패키지를 위해 전세계 맥주병 250개를 스터디했다. 병 색깔과 병 모양, 병의 목과 바디를 연결하는 부분에 토네이도 주름을 넣었다. 병에 붙는 라벨 모양도 주라벨과 목라벨 각각 100여종씩 검토했다. 여러모로 작정하고 만든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13일 열린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테라는 품질, 디자인, 컨셉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브랜드"라면서 "이번 신제품 출시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 사업의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성택 마케팅실 실장도 위기감을 나타냈다. 오 실장은 "국산맥주 1위 제품과 수입맥주이 국내 맥주시장서 양강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신제품 출시였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맥주사업에서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하이트진로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그간 하이트진로가 넋놓고 적자 상황을 바라만 봤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하기 이전에도 맥주 재부흥을 위한 노력은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자사 대표 맥주 하이트를 '엑스트라 콜드'로 리뉴얼해서 출시했다. 다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판매량 반등도 미미했다. "하이트가 바뀌어봤자 하이트지"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이후 내놓은 필라이트가 출시를 하자 하이트진로는 "기존 소비자의 편견을 깨기는 어려우니 신제품으로 승부를 보자"고 가닥을 잡은 듯하다. 테라 출시 이전에도 기존 제품 리뉴얼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신제품을 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 테라는 어떻게 클까

당장 테라가 넘어야 할 산은 이미 국산 레귤러 맥주 시장을 평정한 여타 브랜드들이다. 국내 맥주 시장은 거대한 1위 카스와 미미한 2위 하이트, 그리고 맥스, 클라우드, 피츠 등이 나눠먹고 있다. 인지도가 전무한 신제품이기 때문에 오직 맛으로만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하고 알코올 도수는 4.6%다. 일단 튀는 숫자는 없다. 오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과 비슷한 맥주를 출시해 홍보만 잘 해가지고는 유흥시장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품의 품질로 승부보겠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자사 동일 체급인 하이트와 테라를 유흥시장에서 동시에 키운다는 복안이다.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하이트와 테라가 고루 성장할 수 있을지, 테라가 하이트를 잡고 카스도 잡을지, 혹은 가장 최근(2017년) 출시된 롯데주류 피츠와 같이 애매한 위치에 놓일지 주목된다. 이는 테라가 본격 출시되는 3월 21일 이후부터 지켜볼 일이다. 일단 하이트진로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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