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 상대로 의결권 모으기 나서···조양호 회장 버티기는 '조원태 사장 지키기'라는 해석도

KCGI와 한진그룹 간 경영권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KCGI와 한진그룹 간 경영권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내 토종 사모펀드 KCGI와 한진그룹 간의 경영권 쟁탈전이 막판 갈수록 뜨겁다. KCGI가 일찌감치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며 ‘표 대결’을 준비하자, 대한항공은 자사 주식을 보유한 회사 직원들의 의결권까지 끌어 모으고 나섰다.

법적 공방도 치열하다. KCGI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대표이사 연임 거부 등의 안건 상정을 요청했으나, 한진은 KCGI가 주주제안권 행사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KCGI는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1심에서 KCGI 손을 들어줬다. 한진칼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결과와 무관하게 KCGI의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KCGI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넣고 있다. 한진칼에는 감사와 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 4개 안건을 제안했고, 대한항공에는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KCGI 공격이 거세지자 한진그룹은 배수의 진을 쳤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지난 5일 계열사 6곳의 임원직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조 회장은 한진칼, (주)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 등기임원과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 비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는데, 한진칼, (주)한진, 대한항공의 임원직만 유지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권익 향상도 물론이지만 이번 계열사 겸직에서 물러나는 결정은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조 회장의 버티기를 조원태 사장 지키기로 판단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현재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조원태 사장이 너무 빠른 시기에 회사 전면에 부각되는 탓이다. 조 사장이 현재 교육부와 학사취소 논란 등을 겪는 상황에서, 조 사장마저 새로운 이슈에 휘말리면 사실상 한진그룹을 이끌어나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펼쳐질 ‘표 대결’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얼마큼의 우군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경우에는 한진그룹이 우세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KCGI와 한진그룹이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 소액주주들이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조양호 회장의 숨겨진 우호세력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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