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면 상한 5년, 합의한 촬영이어도 상한 3년
“벌금형 많지만 피해자 많아 실형 가능성 충분”
경찰, 정씨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정식 입건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왼쪽)과 빅뱅 멤버 승리. / 사진=연합뉴스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왼쪽)과 빅뱅 멤버 승리. / 사진=연합뉴스

성관계 영상을 찍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는 향후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선고받을 경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범죄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중 상당수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으나, 피해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실형까지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 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상대방이 영상촬영 당시 동의했더라도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처벌대상이다. 이 법 제14조 2항은 ‘촬영 당시에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이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유포하지 않고, 지인들만 참여한 SNS 단체 채팅방에만 올렸더라도 처벌받는다. 우리 법은 촬영물이 단 한 명에게만 전달된 경우에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했다면 처벌한다. 대법원 판례상 이러한 행위는 범죄의 구성 요건 중 ‘제공’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정의하는 ‘제공’은 무상으로 교부하는 행위를 뜻하고,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주는 행위도 ‘제공’으로 본다.

즉, 정씨의 행위를 ‘제공’으로 볼지 ‘반포’로 볼지는 사법기관의 판단에 달려있을 뿐, 정씨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벌금형 많은 현실···정씨 사례는 다를 수 있어

정씨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5년까지 선고될 수 있지만,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관련 혐의로 7446명이 재판을 받았는데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647명(8.7%)에 불과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4096명(55%)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 2068명(27.8%) 순이었다. 선고유예도 373명(5%)에 달했다. 무죄는 63명(0.8%)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씨의 사례에서는 피해 여성이 다수이기 때문에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SBS 8뉴스는 “정씨가 동료 연예인과 지인들이 있는 카톡방에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을 여러 차례 올렸다. 확인된 피해 여성만 10명”이라고 보도했다. 시점은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이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통계상 벌금형이 많은 이유는 지하철 몰카 범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일 뿐, 정씨 사건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면서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실형 선고도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또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소위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면서 “청소년 및 미성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인들을 엄벌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직접적인 성관계 장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영상이 포함돼 음란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한 것이라면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이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백 회장은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 등도 고려했을 때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들의 모방범죄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정씨의 혐의는 경찰이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씨는 소속사를 통해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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