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상, 대형가맹점-카드사 협상 첫 테이블
카드업계 “향후 대형마트·통신사 등과 협상 우려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차와 일부 카드사 간 수수료율 협상 불발로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대형가맹점과 카드업계 사이 긴장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카드사를 상대로 한 계약해지 강수가 마트나 통신사 등 다른 업계로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52%에 육박하는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차와 조정안 협상이 불발돼 해당 완성차 영업점 내 가맹 카드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신한·삼성·롯데카드는 당초 현대차에 통보한 인상안보다는 낮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1.89% 조정안보다 높은 1.92~1.93% 수준으로 다시 제안을 보낸 뒤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처음 제안했던 수수료율보다 다소 조정된 1.9%대의 수수료율로 협상을 다시 진행 중이다”라며 “카드사는 정부에서 말한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 수수료 역진성 부각을 바로잡기 위해 수수료율 조정을 제안한 건데 현대차 측에서 그걸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계속해서 조율 중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계약이 해지된 이들 카드사의 고객은 약 2000만명에 달해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신한카드로 현대차를 구매할 예정이던 A씨는 “11일부로 현대차와 신한카드의 가맹 계약이 해지된다고 해서 지난주에 급하게 차를 결제했다”며 “차가 잘 팔리니까 배짱영업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현대차의 계약 해지 통보를 시작으로 카드사를 상대로 한 대형가맹점의 엄포가 통신사·마트·항공사 등 다른 업계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카드사는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벌이다가 대형가맹점의 강수에 곤경에 빠진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BC카드와 이마트 간 수수료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BC카드가 이마트에 적용하던 가맹점수수료 1.5%를 2.2% 수준으로 0.7%포인트 인상하려 하자 이마트가 비씨카드 결제를 전면 거부했다. 결제거부는 무려 7개월가량 지속됐으며 카드사는 결국 당초 계획보다 낮은 1.75%의 기본평균 수수료를 받아들이며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이번 현대차 계약 해지 통보로 대형가맹점이 카드업계의 요구안을 한발 물러서게 만든 선례가 생긴 만큼 카드업계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업계와 통신사, 항공사 등 또 다른 대형가맹점과도 협상 고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협상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첫 협상 테이블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향후 유통이나 통신 쪽과의 협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차와의 협상이 향후 타 업계와의 카드수수료 협상에 있어서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원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